총동창회 업무를 맡으면서
“따르릉”
“총동창회 사무총장입니다.”
어떤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희 아버님이 공사1기 신데요. 곧 임종하실 것 같아 연락드립니다.
잘 몰라서 그런데 지원되는 사항이 어떤게 있나요?”
“네, 동문들께 공지해 드리고, 총동창회 조기를 보내드립니다.”
“운구하는 사람들은 지원이 안되나요?”
“네, 죄송합니다.”
“따르릉”
“총동창회 사무총장입니다.”
90세가 다 되어가시는 대선배님 전화다.
“나 몇기 누군데 이번에 대통령이 바뀌면 공군에 초대해서 시설도 소개하고,
공군비젼도 보고해서 공군을 좀 발전시키도록 하게”
“ ????? 네, 상황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따르릉”
“총동창회 사무총장입니다.”
이번엔 어떤 할머니 목소리다.
“ 제가요 대방동에 공군본부 있을때요, 장교하고 미팅을 딱 한번 했는데요.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그분 성함은요?”
“몰라요”
이 할머니는 가끔씩 똑같은 내용으로 전화하신다.
한달에 부고전화가 10-20건, 동문들 찾는 전화와 이런 류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 옵니다.
매일 출근해서 전화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많은 선후배님들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인해서, 환율도 올라가고 , 금리도 올라가고,
특히, 물가가 자꾸만 올라가서 전 국민이 힘들어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남편이 타계한 후 홀로 자녀를 부양해야만 하는, 유가족 자녀를 둔
11명의 어머니들이 그 사각지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동문들은 현역과 예비역 합쳐서 일만명 이고,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유가족 자녀들은 11가족의 20명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돕겠다는 마음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보람있는 일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장학사업입니다.
총동창회에서 장학사업을 한다고 동문들에게 장학금을 기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 고민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동기회 기금에서 금일봉씩 보내 주시고, 딸내미 결혼 시켰다고 기부해 주시는 고마우신 동문들이 계셔서 장학회가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덕분으로, 올해도 11가족 20명에 대하여 작은 금액이지만 장학금을 전달 할 수 있었고, 그 유가족들로부터 감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빠의 동문이라는 것 하나로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며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을 보면서,
걱정보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떠올려 봅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여러 가지 색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고,
각각의 색이 분명함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색과 색이 닿은 지점에서 만큼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색이 선명해야하고,
어느 지점에서 같이 섞여야 하는지 아는 것
이것이 아름다워 질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문들도 현역과 예비역으로, 공사 1기부터 70기 까지, 강원도출신에서 제주도출신까지 각자의 고유한 색을 갖고 있지만,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장학사업이라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기 위해 단합하고 헌신하시는 동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군사관학교 참 잘나왔다’는 자긍심이 막 생기면서, 무지개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비록, 현재는 동문들의 기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성무안보연구소’를 잘 발전 시켜서
‘지정 기부금 단체’로 인가 받기만 한다면,
외부기업으로 부터 추가적으로 많은 기부금을 확보해서
유가족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총동창회 업무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