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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늑장 출동논란

관리자 2010.04.13 조회 1558

 

 

[편집자에게] 전투기 늑장 출동 논란에 대해

  •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입력 : 2010.04.12 23:28 / 수정 : 2010.04.13 00:56

이한호

4월 8일 A5면에서 천안함 침몰 1시간 18분 후에 공군 전투기 편대가 출동한 것으로 밝혀져 늑장출동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전투기 조종사로 40년 가까이 일선 비행단과 공중작전지휘분야에 근무해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전투기가 출격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 중의 하나다. 즉 침투하는 적기를 격파하기 위한 방공(防空)임무나 지상이나 해상의 목표물을 폭격하기 위한 공격 임무로 구분된다.

방공 임무의 경우, 방공무기를 장착한 전투기와 조종사가 비상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어 출격명령이 내리면 짧게는 3분부터 5분, 8분 이내에 출격할 수 있다. 북한을 포함한 항공작전 구역에 있는 모든 비행물체는 감시되고 있다. 적성국의 비행물체나 미식별 비행물체가 정해진 구역 내로 침범하면 당연히 출격시킨다. 필요하면 후속 전력도 계속 투입된다. 그러나 의심 비행물체가 없으면 출격할 필요가 없다. 물론 당장은 비행물체가 없더라도 적기 침범이 예측되는 상황이 있다면 미리 출격하여 공중 초계에 임해야 한다.

적기 침범이 예측되는 상황인지 아닌지는 정보·작전 관계자들의 판단과 지휘관의 결심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놓고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우리 공군이나 합참이 적기가 침범할 위험을 감지하고도 전투기를 출격시키지 않는 우(愚)를 범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굳게 믿는다.

공격임무의 경우엔 우선 명확한 표적과 파괴 수준이 확정돼야 출격한다. 상황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무엇을 보고 출격하겠는가? 그리고 공격 목표가 정해졌다 하더라도 상당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어떤 무장을 할지, 무슨 기종이 어떤 경로로,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항공기가 폭탄이나 유도탄을 늘 장착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준비시간도 필요하다.

사고 당일 전투기가 출격했다면 이는 의심스러운 비행물체나 공격 표적이 있어서 출격한 것은 아닐 것이고, 적기의 특별한 침투징후는 없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만일의 위협에 대비해 출격시킨 것일 것이다. 좀 더 빨리 출격했거나, 좀 늦게 출격했거나 혹은 출격시키지 않았다 해도 모두 그만한 상황 판단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적기 침범 위협이나 공격해야 할 표적이 있는데도 전투기를 출격시키지 않았을 리는 만무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판단을 내린 지휘계통 관계자들을 믿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선일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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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
201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