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 국제정치학 박사
최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작권 무기한 연기는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부끄럽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의 우문(愚問)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다. 문 의원만 그런 게 아니다. 야당과 종북세력들, 그리고 북한은 하나같이 주권 포기로, 민족적 반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연합방위군 체제 중에서 한미연합사(CFC) 체제와 유사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연합사령부 체제를 비교해 보자.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체제에서 유럽지역에 옛 소련의 군사위협에 대항해 1949년 창설됐다. 스탈린의 베를린 봉쇄(48년 6월~49년 5월) 이후 연합군 방위체제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터키 등 12개 국가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소련이 붕괴된 현재는 오히려 28개국으로 회원국이 늘었다.
그러나 나토의 연합군 사령관은 초대 아이젠하워 장군 이래 여전히 미군 대장이 맡아오고 있다. 한때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 사령관 요구를 거절당하자 탈퇴하기도 했지만 다시 복귀했다. 프랑스가 미국·영국·독일 등과 연합작전으로 99년 코소보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의 정보력과 연합방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사르코지 대통령 때인 2009년 나토에 복귀한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군사주권을 포기하면서 나토에 재가입한 것인가? 영국·캐나다·독일·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터키 등 회원국들이 군사주권을 포기하면서 나토에 남아 있는 것인가?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냉엄한 국제관계 속에서 국가이익과 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한·미동맹을 활용한 것이지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언제라도 우리가 원하면 가져올 수 있다. 2008년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거론하자 당시 미국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그 이듬해에 전환하자고 했다. 미국의 기습 제안에 당황한 노 대통령은 김장수 국방장관을 보내 2012년으로 연기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예비역 장성들의 1000만 서명운동으로 이명박 정부가 다시 2015년으로 연기했다가 이번에 2020년 중반 이후로 재연기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을 400만 명의 우리 민족 희생에도 불구하고 38선 부근에서 휴전 상태로 끝내려고 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여기에 결사 반대하며 어렵게 얻어낸 것이 53년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러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전쟁을 억제하는 한편 전쟁 발발 시 미국의 전투기 2000대, 함정 160척, 69만 명의 증원병력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인계철선 식의 방위체제로 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시킨 것이다.
우리 국민은 노무현-김정일 대화록에서 보았듯이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이 얼마나 국력을 소모하고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나날이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 국민들이 불순한 정치인의 권모술수나 김정은 집단의 통일전선 전략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전작권 재연기와 한미연합사 존치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한국 건설을 위해 하루속히 국론 통합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