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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케냐 가교될 인재 키우는 김응수(17기) 케냐 세종학당장

이문호 2022.05.29 조회 89352

한국-케냐 가교' 될 인재 키우는 김응수 케냐 세종학당장


입력2022.05.28.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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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철 기자
 
은퇴 후 건너가 15년째 봉사…"가르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
2천500여 명 졸업생 배출·110명 한국 유학…"지한파 육성 큰 보람"



김응수 케냐 세종학당장
15년째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국어·한국문화 보급에 앞장서 온 김응수 세종학당장. [강성철 촬영]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주일 봉사해보겠다고 온 것이 어느새 15년이 됐네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지한(知韓)파를 육성하는 보람도 있어서 힘닿는 데까지 계속할 겁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현지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세종학당을 이끄는 김응수(78) 학당장은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잘 아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학당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를 받아 4년 만에 방한한 그는 세종학당재단을 방문해 학당 사정을 알리고 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김 학당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공군 대령 출신이다. 군 제대 후 방위산업체 근무를 끝으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케냐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차별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일을 해보려고 은퇴를 앞두고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계기"라며 "마침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한국어 교사가 필요하다고 해 응모하면서 케냐에 오게 됐다"고 했다.

애초에는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면서 자주 출장을 갔던 터키를 희망했기에 케냐 부임은 생각에도 없었다.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현지에서 일단 일주일만이라도 와보라고 해서 건너간 것이 발목을 잡았다.

김 학당장은 "해맑은 눈동자를 가진 순수한 아이들이 배움의 열망으로 교사를 찾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1년만 있어 보자 했다가 또 1년 연장하고 그러다 보니 아예 눌러앉게 됐다"고 했다.

초창기 한국어 강사를 하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2011년 세종학당을 세워 본격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현재 세종학당은 케냐 제일 명문인 케냐타국립대학에서 연간 20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2천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 학당장이 신원 보증을 서서 한국 유학을 온 학생도 110명에 이른다.

그는 "머리는 좋은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아이 중에 선별해 한국 대학에 학비와 기숙사비 면제 조건으로 유학을 보내고 있다"며 "첫 번째로 대학원 유학을 보낸 학생이 돌아와 세종학당 교사를 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얼마 전 케냐타대학 교수가 됐다"고 기뻐했다.

한국 유학을 위해 비자를 받으려면 통장 잔고에 1만 달러가 있어야 하는데,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턱도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전부 신원보증을 섰다.

그는 "은퇴연금 통장을 담보로 한 보증이었는데 한 명도 이탈자가 없이 공부를 마쳤고,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돌아와 공무원이 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세종학당 수업과 사물놀이 공연단 활동
케냐 수도 나이로비 소재 케냐타대학에 입주한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실(사진 좌측)과 학당 사물놀이 공연단의 공연 모습. [김응수 제공]


그는 "아이들과 있을 때가 제일 즐거워서 한국 문화 교실이나 한식 체험 시간에는 꼭 함께한다"고 했다.

사물놀이 공연단도 만들었는데 학교 주요 행사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위문 행사를 할 때도 초청을 받는다고 한다.

연금의 반을 떼어 장학 사업을 펼쳐온 그는 지난해부터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짓는 학생 부모에게 송아지를 사서 보내고 있다. 학부모가 송아지를 키워 팔아 남은 이익 일부를 보내오면 여기에 김 학당장이 또 보태서 다른 학부모에게 송아지를 기부한다. 장학생의 모교에 젖소를 사서 보내기도 한다.

그는 "초창기 그 험한 케냐에 왜 가냐고 만류하던 지인들이 지금은 제일 부러워한다"며 "막상 살아보니 우려했던 것처럼 위험하지도 않고, 케냐인들도 가족처럼 대해줘 불편을 모르고 산다"고 했다.

김 학당장은 아프리카 국가라고 해서 무조건 못살고 민도도 낮을 것이라는 인식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식민지를 겪은 케냐의 지식층이나 정치인, 학자 등은 대부분 영국 유학파 출신"이라며 "개발도상국 봉사의 기본은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고 조언했다.

wakaru@yna.co.kr

 

강성철(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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