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히말라야 트레킹 후기

금기연 2014.12.15 조회 741

지옥 맛본 뒤 천국 엿본 에베레스트 트레킹 

 

 

  5000m를 넘으면서 걸음 옮기기가 몹시 어렵고 숨쉬기가 벅차다. 몇 발자국 만에 다시 쉬어야 한다. 천근만근이라는 비유가 실감 난다. 두 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며 오른 마지막 410m의 높이. 가슴에 품은 지 4년, 훈련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마침내 5550m의 칼라파타르 정상에 섰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높이 솟은 히말라야 산맥의 새하얀 설봉들. 무려 2400㎞에 달하는 그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높은 8850m 에베레스트 봉이 하얀 눈바람을 일으키며 서 있다. 8㎞가 넘는 거리지만 눈앞처럼 선명하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천국 일부를 엿보는 느낌이다! 열두 번이나 올랐다는 가이드도 처음 보는 맑은 날씨라며 운이 좋단다.

 이윽고 새하얀 설봉의 꼭대기들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변한다. 황금빛 꼭대기는 분홍빛 띠를 가운데로 그 아래의 새하얀 설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기가 막혀 탄성조차 나오지 않는다. 히말라야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님의 의식이다. 고통을 이겨내고 이곳에 오른 이들에게만 주는 환상의 선물이다. 하늘의 축복이자 최고의 행운이다. 눈이 부신다. 숨이 막힌다. 황홀해진다.

 동기들이 뒤따라 올라온다. 고소증(高所症)이 심해진 한 명은 5400m를 넘긴 뒤 하산했다. 아쉽지만 올바른 판단, 무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고도 5500m는 산소의 양이 해수면의 50%다. 그래도 인체의 기능은 정상 작동하니 당연히 산소가 부족해지고 고소증이 생긴다. 숨쉬기가 어렵고 머리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며 어지럽고 무기력해지는 등의 증상들. 지옥이라 할 정도로 심한 때도 있었지만, 고도만 내려가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진다. 

 3년 전에 5000m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준비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설악산에서의 심설산행, 지리산과 덕유산 종주 등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팀워크와 우정도 깊어졌다. 그러나 고소증은 피할 수 없다. 16일을 걷는 동안 4000m 이상에서 9일, 그중에서 3일은 5000m 이상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나이와 체력을 감안하여 한식요리사와 보조원들을 고용했다. 8명이 16일간 먹을 음식과 조리기구 등을 나르기 위해 야크 7마리와 포터 5명, 가이드가 동원되었다. 예상밖의 눈사태 사고로 계획한 경로를 바꿔야 했지만 오히려 더욱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열악한 통신사정으로 연락이 늦어 많은 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 것은 유감이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열악해지는 숙소와 음식,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소증, 12년 차 가이드의 손님 중 최고령이라는 65세의 한계를 극복하고 5550m 칼라파타르와 5360m 고쿄리에 올랐다.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 40년 넘게 다져온 우의와 배려, 함께하며 쌓은 경력과 내공이 바탕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계 상황에서도 바로 발휘되는 자발적인 협조와 유머감각, 몸에 밴 상황파악 및 대가를 바라지 않는 솔선수범….

  이번 원정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전우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장점들이 어우러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아들의 손으로 보여줄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손자들의 도전을 독려할 것이다.         

  • 금기연 2014/12/15 13:03:26
    이런저런 일로 이제서야 후기를 올립니다.
    오늘 자 국방일보에 게재된 내용인데 일부 누락된 것이 있어 원문을 올렸습니다.
  • 변희룡 2014/12/17 06:37:37
    덕분에 갑갑한 사무실 떠나 지구 밖까지 훨훨 나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등록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