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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칼럼]물 한 컵으로 지킨 존엄성과 생존

배기준 2016.02.02 조회 1461

[병영칼럼] 물 한 컵으로 지킨 존엄성과 생존

 

 

 

 

맹 명 관 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 전임교수

맹 명 관

중소기업혁신전략구원 전임교수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인들은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학살했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대인들을 죽여야 하는, 죄 없는 자를 죽이는 일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었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화장실을 수용소에 하나밖에 짓지 않는 고도의 심리술을 사용했다. 수만 명이 수용된 수용소에 화장실을 단 하나밖에 짓지 않음으로써 화장실 가는 시간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포로들은 일과가 끝난 후 숙소에 갇히면 배변의 고통에 시달렸고 돼지처럼 자신의 배설물에 의해 더럽혀졌다. 독일인이 노렸던 것은 포로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를 잃게 해 마치 개돼지와 같은 몰골로 인해 살육자로 하여금 양심과 죄의식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의도였다.


유대인 포로들은 얘기한다. “오후 4시가 되면 커피가 배급됐다. 말이 커피지 악취가 나는 따뜻한 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위에 에너지를 뺏겨야 하는 포로들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은 생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중 어떤 이는 생각할 여지 없이 마셔댔고 그중 일부는 반 컵의 물로 세수했다.”

사람들은 물었다. “반 컵의 물로 왜 세수를 하는가. 그것은 인간의 사치 아닌가?” 이 질문에 그들은 답했다.

“우리는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았다. 우리를 향해 총을 들고 서 있는 독일군에게 저항하고 싶었다. 비록 더러운 반 컵의 물로 얼굴과 온몸을 닦았지만, 이는 우리의 존엄성을 뺏으려는 그들에게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함성이었다. 그것이, 그 자존심이 생명이 될 거라 믿었다.”

놀랍게도 반 컵의 물로 몸을 씻었던 대부분 사람은 그 절망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기적은 씻기를 포기한 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았다. 생환한 포로 중에 레빈스카라는 이의 고백은 물 한 컵의 가치와 생존에 대해 묵상하게 한다.

“매일 반 컵의 물을 들고 ‘씻을 것인가?’ 아니면 ‘마저 다 마실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자신과 싸워 반 컵의 물을 들고 독일인에게 무언의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절대로 너의 의도대로 죽지 않겠다. 어떻게 하든지 살아남아 이 잔혹한 현실의 증인이 되겠다. 그러나 만일 살아남지 못하고 죽는다 해도 절대로 너희의 의도대로 짐승으로 죽어주지 않겠다. 끝까지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답게 죽겠다.”

놀랍지 않은가! 한 컵의 물과 그로 인해 지켜진 인간의 존엄성과 자긍심 그리고 생존…. 그래서 인간은 위대하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 속에서 현인과 같은 말을 이렇게 남겨놓았다.

“결코 양보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코 굴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코, 결코, 결코! 위대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커다란 것이든 시시한 것이든 결코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굴복하지 않는, 정의 앞에 양보하지 않는 피 끓는 청춘, 용맹스러운 그대가 눈물 나게 아름답다.

 

출처 : 국방일보 2016. 2. 2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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