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께서 실수를 하시다.
박창용
2023.12.02
조회 51758
신(神)께서 실수를 하시다.
세계를 놀라게 한 튀르키예의 지진참사 소식이 알려지자 비영리사단법인체인 ‘밝은 해’ 소속 회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밝은 해’ 소속 회원들은 자신들이 회비를 내어서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특이하게 자선활동을 하는 단체로서 많은 선행을 하고 있다. 회원수가 20,000여명에 달하여 어느새 우리사회에도 스스로 남을 돕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튀르키예는 북괴의 기습남침으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신속하게 군대를 파견하여 소중한 자유를 지켜준 고마운 나라다. 지진참사로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와 함께 국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자 국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밝은 해’ 소속 회원들도 지금이야 말로 그때의 은혜를 갚을 때라며 자진하여 모금활동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거액의 성금이 답지하자 사무실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는 중에도 시기하고 모함하는 무리들이 이상한 소문을 퍼트렸다.
“왜 걸핏하면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 날 혼란에 빠트리는 거야?”
“지금 저보고 하는 말씀인가요?”
“준길씨가 처신을 똑바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네요.”
“글쎄, 제가 준길씨 환심을 사려고 튀르키예 지진참사 성금 모금에 무리하게 빚까지 내어서 일백만원을 냈다는 거예요. 그런 저급한 소문이 났는데 화가 안 나겠어요?”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대요? 모란씨가 좋은 일 하고서 모함을 받고 있으니 속이 상하겠어요. 혹시 저 때문이라면 미안해요.”
‘밝은 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미남 청년인 준길은 착한 모란을 좋아하였고, 입이 가벼운 방실은 준길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모란이 거액의 성금을 쾌척하자 방실은 괜히 초조하여 모란을 시기하며 헐뜯고 다녔다. 시기심은 이기심과 힘을 합쳐서 희한한 험담을 만들어 흠집 내기를 시작한다. 시기심이 노리는 질투와 험담의 주인공이 되면 정상적인 사람도 견뎌낼 수가 없게 된다. 시기심이 무서운 것은 대안 없이 반대하고 비난하면서 헛소문을 만들어 퍼트리는데 있다. 험담은 바람처럼 빠르게 확산되어 멀쩡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서 악인으로 만들고, 건강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요소로서 조직의 발전을 방해하고 가로막는다.
신도 실수를 할 수 있을까? 신께서 딱 한번 실수를 하셨다. 전능한 신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의견을 고루 들으셨다. 선하신 신께서는 평소 악을 멀리하고 계신 터라 인간의 성품을 착하고 완벽하게 만들기로 계획하셨다. 간악한 악마는 훼방을 놓으려고 정장을 하고 신을 찾아와 간청을 하였다.
“신이시여, 신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바라옵건대 저의 소원도 들어주시옵소서.”
악마는 온갖 제스처를 동원하여 감언이설로 신을 꼬이면서 설득했다. 악마의 의견을 듣고 난 신께서는 일리가 있다 생각하시어 그의 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럼 너의 의견을 말하여 보아라.”
“소인이 심사숙고하여 제 의견을 메모하여왔습니다. 이 봉투에는 인간생활에 명약이 될 꼭 필요한 것이 담겨있으니 이것을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주시기 바라옵니다.”
악마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신께 봉투를 바치고 돌아갔다. 이날 전능하신 신께서 시기심이 많은 악마를 만나 그의 의견을 담은 봉투를 받은 것은 큰 실수였다. 봉투 안에는 이런 글이 메모되어 있었다.
“신이시여,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밝은 햇빛만 찬란하게 빛이 난다면 빛의 고마움을 모를 것이며, 매일 행복하여 활짝 웃으며 살게 된다면 불행한 일을 모르니 행복의 참뜻도 알지 못할 것이며, 착하고 좋은 일만 하면서 살아간다면 싸가지 없는 인간의 못된 잘못을 고칠 수가 없게 되옵니다. 그럼 인간의 생활이 무미건조하여 피폐하게 되고 스스로 타락하여 고통 속에서 사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되옵니다. 바라옵건대 인간의 감정 중에 시기심을 심어주셔야 다양하고 폭넓은 삶을 살게 되옵니다.”
신께서 잠시 총기가 흐려졌을까? 악마의 의견이 그럴 듯하다 여기시고 인간의 마음속에 시기심이란 묘한 감정을 심어주셔서 인간사회에 악의 근원을 만들고 말았다.
속담에 ‘알아야 ‘면장(面牆)’을 한다.’는 말이 있다. 면장은 담벼락을 쳐다보고 있다는 뜻인데 억지를 고집하여 말이 통하지 않거나, 말의 의미를 곡해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무식한 자라면 차라리 담벼락을 보고 얘기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너무도 답답하니까 차라리 담벼락을 쳐다보고 대화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 하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무슨 일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실력과 견식이 있어야 한다. 시기심은 반대하고 비난하는 걸 좋아한다. 실력이 모자라고 능력이 없어 열등의식에서 생기는 것이니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하는 일 없이 허구한 날 반대만 일삼으며 질투하고 시기하며 비난하는 게 일이다. 남을 헐뜯고 모함하며 험담을 퍼트리면서 가는 길을 방해만 한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어서 악의적으로 공격을 하여 결국은 멀쩡한 사람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 된다. 시기심이 많은 자는 반대밖에 할 줄 몰라 마치 담벼락과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신께서는 시기심이 사악한 악마의 본성인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시기심이 좋아하는 말인데 심보가 아주 고약한 인간의 못된 근성을 표현한 말이다. 시기심 많은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앞서가거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깔끔하게 잘하는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런 인간들은 자신도 열심히 노력하여 잘 하려는 마음보다, 어떡하든 깎아내리고 헐뜯어서 반사이익이나 챙기려는 그릇된 사고에 빠져있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반대만 하고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짓을 반복한다. 오직 악담과 헛소문을 퍼트리고 사정없이 흉을 보면서 자기만족을 취한다. 이 것을 악마의 효과라고 한다. 공연한 사람을 시기하여 험담을 퍼트리고 남의 앞길을 방해만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앞으로는 보람된 일이나 착한 일을 하며 살지는 못하더라도 시기심 같은 것은 버리고 칭찬을 많이 하며 살아가자. 그것이 자신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1. 이 작품은 군사저널 12월호(2023년도)에 발표되었습니다.
2. 감동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본인의 저서 소설 "사랑의 빛"은 현재 교보문고등 주요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에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일독을 권합니다.(인터넷 구매가능)
동짓달 긴긴밤에 마음의 공허함을 달래주고, 자칫 메말라가는 정서에 큰 감동의 울림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