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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 한 그릇이 준 기쁨

박창용 2025.11.27 조회 11

                    순두부 한 그릇이 준 기쁨
 
 3일을 쫄딱 굶었더니 하늘이 노랗게 보이며 눈앞이 어지러웠다. 허기에 지쳐 힘없이 걸어가는 젊은이의 눈앞에 허름한 순두부집 간판이 보였다.
순간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친숙한 손맛이 생각나며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곧장 쓰러질 것 같았다.

식사를 하시게요? 우리 집에는 순두부밖에 없어요.”
순두부 한 그릇 주세요. 소주도 한 병 주시고요.”
아주머니는 주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부리나케 준비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한 그릇과 먹음직스럽게 익은 김치와 소주 한 병을 젊은이 앞에 놓았다.
직접 콩을 갈아서 끓인 순두부예요. 부족한 것 있으면 더 달라고 하세요.”
 구수한 순두부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젊은이는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서 김치와 곁들여 게걸스럽게 먹었다.
소주를 따라 마시며 어찌나 밥을 허겁지겁 먹는지 안쓰러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주머니는 젊은이의 초라한 행색과 먹는 모습에서 배고픔의 설음과 허기진 고통을 보았는지 밥 한 공기와 김치를 더 갖다 주면서 말했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요. 그렇게 빨리 먹다가 입천장 데이면 어쩌려고?”
아 사장님, 고맙습니다. 꿀맛입니다. 맛있는 순두부 국을 조금 더 주세요.”
순두부 한 그릇이 젊은이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줬나 보다.
잔뜩 찡그렸던 안색이 밝아지며 이젠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장님, 이렇게 맛있는 순두부국은 어릴 적 먹어본 후 처음입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염치없이 들어와 순두부국을 먹었는데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은 허탈할 것 같았다. 좌석이 열개정도밖에 안 되는 소규모 식당이다.
그러나 천성이 착한 사람은 모든 것을 착하게 볼 줄 아는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작은 금액이 아닐 것 같은데도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이의 손을 마치 자신의 아들의 손처럼 다정스럽게 잡더니 자상하게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에는 정이 가득 담겨있어서 어머니의 음성처럼 살갑고 따뜻했다.

서양 속담에 눈물은 인생을 살리고 땀은 가난을 구제한다.’고 했어요. 먹을 것 많은 살기 좋은 세상에서 굶고 사는 건 슬픈 일이에요.”
대책 없이 살고 있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많이 잘못했으니 꾸짖어도 괜찮습니다.”
순두부 값은 받지 않을게요. 아직 떼 묻지 않은 젊은이 앞에는 눈부시게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순식간에 지나갈 황금 같은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얼마 전 실직한 후 막노동을 하면서 지내왔어요. 요즘 불경기라 일거리는 없고 가지고 있던 돈은 다 써버렸어요.
신용카드는 사용중지가 되어서 벌써 몇 달 째 빈털터리로 지내왔거든요. 타향생활이 힘들어서 폐를 끼쳤는데 제 모습이 한심하지요?”

그럼 젊은이, 일자리가 없어서 살기에 힘든데 객지에서 괜한 고생하지 말고 이참에 부모님 곁으로 가세요. 세상 천지에 부모님만한 사랑이 어디에 있겠어요?”
부모님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데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아왔어요.”
그랬군요. 그럼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를 해봐요. 온몸에서 힘이 솟아날 거야.”
연락 끊고 살아온 나쁜 자식인데 무슨 염치로 전화를 하지요? 핸드폰도 없는걸요.”
인간이 하는 일은 하늘이 지켜보고 계시니 친절하고 겸손해야 한다. 복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것임을 안다면 평소에 덕을 쌓으며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아주머니는 부끄러워하는 젊음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버지, 저 범식이에요.”
젊은이는 그 말을 하고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금세 굵은 눈물로 뒤덮였다. 아버지는 여러 말씀을 하시면서 아들을 설득하는 것 같았다.
젊은이는 가끔씩 예 예하면서 통화를 이어갔다. 한참을 통화하던 그는 아주머니께 핸드폰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저의 아버지가 사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계시대요.”
사장님, 제가 범식이 아비입니다. 초면에 결례를 하는 것 같은데 제 자식을 거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요.”
배고픈 젊은이에게 순두부 한 그릇 주었는데 은혜라니 가당치가 않아요.”
사장님 신세는 다음에 갚기로 하고 우선 사장님 계좌 번호와 주소를 알려주세요.”
삶의 실의에 빠진 젊은이에게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면 이미 받은 기쁨만으로 대가는 충분하네요.
제가 한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작은 사랑을 실천한 것에 불과하니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 아드님은 성정이 착하여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면 곧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인간은 약점이 있고 부족함이 있어서 실수를 할 수 있다.
무상취식 했다고 힘들게 살고 있는 젊은이를 야멸치게 경찰에 고소했다면 앞길이 구만리 같은 그의 신세를 망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젊은이는 세상을 원망하며 더 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정 많은 아주머니처럼 삶의 상처를 받은 이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며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것은 큰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사랑이란 필요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바로 배고픈 사람에게 순두부 한 그릇을 줄 수 있는 마음이다.
사랑은 눈보다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작은 사랑의 실천이 큰 사랑으로 이어진다.
각박한 세상에선 작은 선행도 빛이 나며 좋은 인연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끈끈하게 이어진다.
그 후 젊은이는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면서 절망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도록 인도해준 순두부 집 아주머니에게
쌀과 채소를 선물로 보내주며 친인척 못지않은 정을 나누며 은혜를 갚고 있다
.

 신께서는 사랑이 있는 곳에 계시며 인간의 선행을 일일이 기억하고 계시다가 복을 주신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화려한 생색이나 차디찬 지성이 아니라 오직 따뜻한 마음뿐이다.
우리는 남은 인생에서 얼마나 자주 힘든 사람들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고 도움을 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은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하며 자신이 받은 감사한 마음을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베풀면서 살아가야 한다.

 
2025, 11. 月 汀
 
*** 이 작품은 성무 54(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에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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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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