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한호 前 공군참모총장
그러나 이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바로 공군기지 주변의 소음 배상문제다. 현재 50만명 이상의 피해 주민들이 5000억원이 넘는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1심과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아직 소송을 안 낸 주민들까지 모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면 배상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해 배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중에는 순수한 피해 주민들도 있겠지만 군과 국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안보 현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소음을 민간공항의 소음과 같은 논리로 배상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도입 40년이 넘는 노후 항공기를 운영하고, 기름값이 오르면 훈련비행을 줄여야 하며, 부속품이 부족해 다른 항공기의 부속을 동류 전환해 사용하는 국방예산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항공기 운영예산보다 더 큰 몫을 그 항공기가 내는 소음 배상에 쏟아 붓는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공군에 제트전투기가 도입된 지 55년, 가장 소음이 크다는 팬텀기가 도입된 지도 40년이 지났다. 일부 주민들은 평생을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조종사 출신인 필자도 송구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바람이다. 그러나 비행장이 건설되고 제트전투기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소음지역 안에 주민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이미 소음이 존재하는 지역에 이주해 온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고도제한 완화가 시행되면 더 많은 소음피해 배상 대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소음피해 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상 대상 지역 안에 새로운 건축허가가 발부되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행정상의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도제한 완화가 단순한 선심행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고도제한 완화에 앞서 소음피해 배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여 합당한 입법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