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항변
늘푸른 2010.10.21 조회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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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자른 사람도 도지사 하는데
저는 가수 MC몽입니다. ‘너에게 쓴 편지’ ‘아이스크림’ ‘180도’ 같은 히트곡도 있지만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때문에 저를 아는 분이 더 많을 겁니다. 먼저 병역비리 문제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3개의 생니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혐의가 저로서는 억울하고, 드리고 싶은 말도 많지만 앞으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들의 병역 의혹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고 공소시효도 지나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예인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라면 군대 안 간 것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아야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보다 연예인에게 더 엄격하고 가혹한 도덕성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대중의 분노를 샀으니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헌법에는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병역비리 혐의 때문에 출연하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습니다. 가수로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아직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불구속 기소됐을 뿐인데 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지요. 솔직히 말해서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시장, 군수들은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 가운데 비리 혐의로 기소됐거나, 심지어 1심 또는 1,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물러난 분이 있습니까.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 같은 연예인들은 1심 판결은 고사하고 음주운전만 한 번 해도, 술 마시고 실수 한 번만 해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퇴출됩니다. 이러한 차별이 합리적이거나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성하지 않고 무슨 항변이냐’고 나무랄 분들도 많겠지만 제 항변이 공정한 사회를 위한 논의의 소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