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의 2학년 메추리
변희룡 2010.12.01 조회 495
2학년 겨울휴가 때다.
1970년이니 딱 40년 전이구나.
거창인 집으로 가자면 대구에서 하루 밤을 자야 하게 되었다.
온 김에 대구비행장(11전비?)에 들렀다. 혼자서,
생도 복장이니 별일없이 출입이 되었다.
활주로에 가서 서 보았다. 심호흡도 한번 해 보았다.
넓은 비행장 상공엔 비행기가 한두대 날고 있었다.
활주로를 가로질러 가 보고 싶었다.
저어기 활주로 건너 작은 집도 하나 보인다. 저기 까지만 가 보자.
그런대 비행기가 지금 착륙하고 있다.
한대는 내려서 들어갔고 마지막 한대가 아주 멀리서 활주로로 접근하고 있다.
내가 걸어서 건너가도 저 비행기보다 빨리 활주로 건너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따악 섰다.
그래서 걸어갔다.
내가 다 건너고 나니 비행기가 휘익 지나갔다.
슬슬 걸어서 작은 집(GCA)에 접근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 왔다.
당신 누군데 활주로를 걸어서 건너느냐, 그것도 착륙 도중에...
라고 화를 내면서 관등성명 대라했다.
GCA로 연행 하더니 아주 고자세로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말고 다시 전화 한통화 받더니 갑자기 공손해 졌다.
식당으로 오라한댄다. 헌병대 아닌게 다행인지도 돌랐다.
얼굴모르는 장교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그냥 허허 웃기만 하더니 나보고 이 비행장에 어찌 왔냐고 물었다.
대답은 듣지도 않더라.
또 허허 웃더라. 어이가 없다는 듯.
막 착륙한 조종사들인 모양이다.
한참 후에,
또 헐레 벌떡 뛰어온 중위가 있었다.
18기 김*수 선배. 우리 2편대 선배인 것은 맞지만,
얼굴정도 기억하는, 그리 친하지도 않던 선배였다.
다른 조종사들에게 막 놀림을 당하더라.
메추리 어찌 가르쳤냐고.
난 메추리가 아니고 2학년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선배는 아뭇소리 안하고, 먹여주고 재워 주고, 밤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고는 이 사건은 망각되고 말았다.
그 선배 다신 만날 기회가 없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쩌다가 지나치면서 만난 적도 없다.
한두번 같은 부대 근무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적도 없다.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사시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언젠가 만날 날 있겠지... 꼭 원수를 갚아야지...
하하, 은혜는 반드시 원수로 갚아야 하는 법이거든.. (요건 농담입니다.)
하지만 벌써 60세이다.
이 마음, 무덤까지 갖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