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시동 국제부 차장 대우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시가 임기 중 만난 군인들과 그들의 '정신'이었다. 부시는 2008년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으로 레이 오디에르노(Odierno) 장군을 임명한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 후임으로 임명된 그는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부시를 만났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아들 앤서니 오디에르노가 동행했다. 앤서니는 왼쪽 팔이 없었다. 미 육사를 졸업한 뒤 이라크전에 참전해 왼쪽 팔을 잃은 그는 남아있는 오른손으로 부시에게 경례를 했다. 부시는 "오디에르노 장군은 '팔 없는 아들'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부시는 피트 페이스 대장을 합참의장으로 발탁했다. 페이스는 해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었다. 그의 소대원들은 베트남전에서 격렬한 전투 끝에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부시로부터 합참의장에 임명된 뒤 백악관에서 신고식을 하면서 베트남에서 전사한 부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그는 합참의장에서 물러나면서 40여년 전 베트남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부하들이 잠든 '베트남전 기념관'에 별 4개가 달린 자신의 계급장을 조용히 놓고 떠났다. 후에 그곳에서 발견된 그의 메모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기도 파르나도(전사자 이름)에게, USMC(미 해병대), 이 별들은 당신의 것이며 나의 것이 아니다. 사랑과 존경, 당신의 소대장 피트 페이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2개의 전쟁을 밀고 나갔다. 예상외로 전쟁이 길어지고 전사자가 늘어가자 국내에선 반전 여론이 들끓고, 의회에선 매일같이 비판이 나왔다. 국제적으로도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프랑스와 같은 서구 국가들까지 미국에 비판적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사면초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어려운 국가적 난국에서 미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군인들 때문이었다. 미국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장군들, 우수한 장교들, 경험 많고 노련한 부사관들이 모인 군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직업군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정신을 가진 애국자들이었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이 어려운 시기에 부동산 문제로 물러난다는 뉴스를 듣고 참으로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분단된 나라에서, 그것도 상대가 세계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집단인 나라에서 팔 없는 아들을 데리고 청와대에 가서 자랑스럽게 신고하는 장군 한 명을 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까. 희생된 부하 장병들을 40년 동안 기리며 제 모든 명예를 그들에게 바치는 지휘관 한 명을 보는 게 꿈일 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