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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며 읽어 볼만한 기사라서

이문호 2010.12.31 조회 901

[시론/박성희]감사, 2010 마무리 기도


때는 멀티미디어의 세상이라는 걸, 크리스마스카드만 받아도 느끼곤 한다. 올해도 클릭하면 화면이 열리며 움직이는 플래시 화면에 음악이 잔잔히 깔리는 e메일 카드를 여러 장 받았다. 그림과 소리가 아무리 멋있어도 역시 눈길을 붙드는 건 거기 적힌 문구다. 마음을 움직이는 덴 활자가 최고다. 최근 받은 e메일 카드 중 종이에 옮겨 오래 보존하고 널리 알리고 싶은 말이 있어 소개한다. ‘감사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억하라’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카드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건강히 맞이하는 아침의 행복

‘지금 냉장고에 음식이 있고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몸에 옷을 걸치고 있다면 전 세계 75%의 사람보다 부자다. 은행에 약간의 돈이 있고 지갑에도 있으며 집 안에 동전이 굴러다닌다면 당신은 세계 상위 8%의 부자에 해당한다. 오늘 아침 아프지 않은 몸으로 눈을 떴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수백만 명이 이번 주에 병으로 세상을 뜬다. 전쟁이나 투옥이나 기아나 고문을 겪은 적이 없다면 지구상에 있는 5억 명보다 행복하다. 현재 부모가 생존해 계시고 두 분이 아직 결혼 상태라면 미국에서조차도 당신은 희귀종이다. 고개를 들고 미소 지은 얼굴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거나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안아줄 수 있다면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당신은 귀한 존재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 이 메시지를 읽고 있다면 글을 읽을 수 없는 전 세계 20억 인구보다 행복하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e메일 카드를 받을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적어도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 살며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 중에서도 소리와 영상이 지원되는 펜티엄급 컴퓨터를 쓰고 있으며 자판을 두드려 e메일을 열 수 있을 만큼 교육을 받았고 영어로 된 문구를 읽을 수 있으며 이런 카드를 보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고 또한 이 메시지를 다시 전달할 수 있는 행운이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면 할수록 더욱 감사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 실감난다.

올 한 해, 생각해 보면 가슴 설레는 일보다는 두근거리고 아픈 일이 너무 많았다. 젊디젊은, 순수한 청년들이 천안함에서 귀한 목숨을 잃었고 난데없이 날아온 폭탄에 연평도 주민이 다치고 멍들었다. 여린 꽃잎 같은 여자아이들이 못된 어른 때문에 세상을 뜨거나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폭력을 일삼아 골칫거리가 되어 버린 이웃 때문에 무시무시한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 이웃 때문에 우리 안에서도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하는 딱한 일이 계속된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수많은 일이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어린아이조차 어른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아픔도 많았지만 축복이 더 많아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감사해야 할 일 또한 적지 않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정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강한 사회이며 그런 책을 재빨리 번역해 시장에 내놓을 만큼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음 번 대통령으로 누가 좋을지를 놓고 논쟁할 정도로 사람들은 자유로우며,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갈망할 정도로 사람들은 깨어 있다. 정치 언저리가 아무리 볼썽사나워도 정해진 선거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예측 가능한 민주사회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휘둘리면서도 우리 청소년은 여전히 어른보다 몸도 크고 외국어도 잘한다. 무엇보다도 포탄과 어뢰 속에서 소중한 일상의 평화를 지켜낸 건, 참 감사할 일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신차현 2011/01/02 08:50:04
    해해년년마다 갈수록 영육의 속내가 얕고 좁게 스스로의 가난한 울타리에 갖혀사는 저희로서는 매우 공감이 가는 문장입니다.아마도 이 글을 읽고있는 저로서는 무척 행복한 무리에 끼어있다고 믿어도 될것 같습니다.혼자서라도 고독하거나 쓸쓸하지 않다고 여기어 산행을 즐겨하는 이몸은 고개를 숙이고 숲길과 냇물이 흐르는대로 곤충과 들짐승이나 풀벌레의 흔적을 따라 깊이 무언가를 사색을 하는 듯 하다가도 우연히 갈라진 산길을 스치는 앞치에 마주치는 어여쁜 나그네들을 만나면 괜시리 행운아 인듯 가슴에 조그만 파장의 여운이 맴돔을 감지합니다.그 또한 순간의 파랑같은 여운이지만 나름대로 산숲에서 만끽하는 청정고요, 한 마리 떨구어진 날새의 깃털인가 대합니다.우리가 우리를 알게 모르게 타인으로 멀리하는 것 또한 묘하게도 가슴이 쓰라린 삶의 현상이라 고요히 되 짚어 봅니다.참으로 여운이가는 경인년,아니 벌써 어제의 날이기도 한 지난해의 마지막 세월에 걸맞는 바람결의 훈훈하고 따사한 감상이라 만족하여 또 다시 재독해봅니다.황량한 벌판에서로 시작하든 아니면 광할한 우주공간에서나 영원의 끝이어든 그나마 쬐끔씩 푸성귀로 고맙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꺼이 다가와 추파를 던지고가면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이라도 오늘 그 어느 누구에겐가 고맙다는 말을 흉금속으로나마 실컷 넘치게 전해야되겠습니다. KAFAAA,Seven-teenth 선배님! 머~언 발치에서 기도합니다.발제하신 나그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강녕하십시요.무척이나 감사합니다.<2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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