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가본성무대-17.심야찹쌀떡
변희룡 2011.03.18 조회 740
1971 년이던가, 72년이던가. 그때도 저렇게 눈이 많이 왔었다.
어머니께서 서울 딸네집에 오시면서 나도 먹인다며 찹쌀떡을 해 오셨다.
당시는 제과점에도 찹쌀떡은 없던 때였다.
먹고 싶으면 자기가 만들어 먹어야 하던 시절.
삼맆크림빵도 없어서 못 먹던 입이었으니
얼마나 맛이 좋았을까.
먹다 말고 문득 기본군사훈련 중인 메추리들 생각이 났다.
훈련 3주 차 쯤 되었을 때니 무척 배고픈 때임을 잘 안다.
어머니께 부탁하여 찹쌀떢을 다시 만들어.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
점호 끝나고 메추리들이 모두 침대 속에 들어갔을 때,
옥상 집합 지시를 내렸다.
일어나기 싫어서 낑낑대는거 보니 미안하기 짝이 없지만.
침대 철주를 발로 걷어차며 고함질렀다. "뭐해. 빨리 집합하라니까."
군기는 엄한 것이다.
내무지도 선배가 옥상 집합명령을 내리니
안갈 수 있나.
옥상에 집합시켜 놓고는, 살짝 내려와
각자 침구 속에 찹쌀떡 세개씩을 밀어 넣어 놓았다.
무지 맛있다는 기억을 남게 하려면 많이 주면 안된다는 악랄한 계산까지 했다.
그러고는
아무 것도 아닌 잔소리 한 마디 하고는 내려 보냈다.
"저 선배 외출 갔다가 여자한테 차였나? 할 말도 없으면서 옥상 집합시키고...
우리한테 왠 신경질..." 정도로 생각했으리라.
다시 자러 들어와서 깜짝 놀랐으리라.
다 먹었을 때쯤 하여, 불꺼진 내무반에 살짝 들어와
"죽을 때 까지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 우리끼리도." 라고 지시하였다.
먹었는 지 말았는 지, 아무도 아무 말도 안하더라.
그리고
절대 말안한다는 약속을 잘들 지켜 주더라.
이 약속이 깨어진 것은 30년 후인 2003년인가?
대한항공 기장이 된 후배님을 김해 공항에서 만난 날이다.
"변선배님, 심야 찹쌀떡 수법... 그 수법, 저도 제 메추리들한테 써 먹었어요."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무려 30년 후에...
"지금도 그 행사 계속 진행되고 있을지도 몰라요.
제 메추리들도 틀림없이 본대로 느낀대로 했을 것입니다. 해마다 메추리들이 당하는거죠 하하."
둘은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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