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는 비겨- 얼
변희룡 2011.04.04 조회 780
[부산 닷 컴 블로그 세상] 유비가 황제된 비결은? 변희룡의 천기감응

조자룡 (유덕화 분)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용의 부활'의 한 장면.

'장판교의 금강역사'란 중국 삼국시대 장비의 별명이다. 조조의 백만 대군을 단기로 막아서서는 "내가 바로 장비다. 목숨이 아깝거든 물러나라"라며 대갈일성했다. 이에 적군이 공포에 빠졌다. 장수 중 하후걸은 낙마해 죽었고 적장 조조도 놀라서 허둥지둥 도망쳤다. '역발산기개세'라는 항우인들 이만 했으랴. 동서고금을 통해 고함 한 방으로 백만 대군을 물리친 유일한 사례이다.
'조자룡 헌 창 쓰듯'이란 말도 이 때 생겼다. 필마단기로 적진을 돌파하면서 수많은 적장을 베고, 유비의 아들(유선)을 구출하여 업고 나왔다. 돌파한 것이 5천 기병이었는데 백만으로 과장되었다고도 하지만 그게 그거다. 아기를 등에 업은 채 전투대형을 갖춘 적 5천 기병을 혼자 돌파하다니. 초능력이란 말 밖에 달리 수식어가 없다.
"선한 일이면 작아도 안하지 말고
악한 일은 작아도 하지 말라"
하늘 감동시키는 '황제주문'
뒤따라 관우, 제갈량 등의 영웅들로 이어지는 신비로운 사건들의 정점에는 촉한의 황제가 되는 유비가 있다. 유비는 본래 시골에서 짚신을 만들어 먹고 살던 사람이다. 훌륭한 아버지나 친척, 형제자매가 있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무술능력도 지식도 별로였다. 우연히 지나가는 왕족의 피를 받은 것 하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무슨 비결로 초능력가진 장수들과 재사들을 얻어 황제가 되었을까? 흔히 초능력의 비결은 천기라 하여 누설하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아니다. 유비가 스스로 공개하였으니 바로 '황제주문'이다.
'한 소열이 장종에 칙후주왈, 물이선 소이불위하고, 물이악소이위지라(漢昭烈이 將終에 칙後主曰, 勿以善小而不爲하고, 勿以惡小以爲之라.)'
이는 "한나라 소열황제가 임종 때에 후주에게 칙서를 내려 가로되, 선한 일이면 작다고 하여 안 하지 말고, 악한 일이면 작아도 하지 마라"라는 말이다.
여기서 소열황제는 바로 유비이며, 후주란 장판에서 조자룡이 구해낸 유선이다. 흔한 말로'선하게 살라'라고 하지 않고,'선한 일이면 작다고 하여 안 하지 말라'고 했다.'악한 일은 하지 말라'가 아니고 '악한 일이면 작아도 하지 말라'고 했다. '착하게 살라'라고 줄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글자만 전달될 뿐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다. 선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은 선한 일이니, '단디'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주문의 주제이다. 그래서 유선이 혼자만 듣고 버리지 못하도록 칙서로 남겼다.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 주문은 '삼국지연의'에 조차 나오지 못하고 오랫동안 역사책 속에만 있었다. 정식으로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유비가 죽은 지 천년 후 한국에서다. 고려 말, 추적(秋適)이 선현들의 어록을 모아 '명심보감'(1305년)을 편찬하였는데, 이 책이 한국의 선비라면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중국으로 역수출되기도 하였고, 동양 서적 중 최초로 서양어로 번역되었으니 한류의 효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첫 장 두 번째 문장이 바로 이 황제주문이다.
명심보감과 함께 황제주문은 널리 전파되었으니, 이를 통해 양심을 다스리고 천기에 감응하여 영웅이 된 자가 많고도 많았을 것이다. 근대화 이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공직기강이 바로잡히며 발전하였다. 이 발전에도 명심보감은 국민정서의 정화에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명심보감과 황제주문이 사라지고 있는 최근의 시류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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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