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 처음 도전한 암벽 등반
금기연 2011.04.23 조회 1571
환갑 지나 처음 도전한 암벽 등반
810.5 미터의 인수봉 꼭대기에 오르면 먼저 북한산의 최고봉 836.5 미터 백운대의 하얀 암벽이 바로 눈앞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서부터 시작되는 높이 200 미터 가량의 거대한 암벽에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찬찬히 살펴보니 그 암벽 중간에 줄을 지어 늘어선 많은 인파가 정상으로 이어진다. 마치 개미떼의 이동을 보는 느낌이다. 저 아래 위문에서부터 바위에 둘러진 철책을 따라 위태롭게 올랐다고 생각하던 보행로도 여기서 보니 평탄한 길이다. 헉헉거리며 오를 때는 그곳이 가장 힘든 곳인 줄 알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백운대 정상에서 오색 단풍에 가려 왼쪽으로 가늘게 이어진 능선이 움푹 내려앉은 곳에 성벽과 위문이 있고, 다시 급경사를 이루며 올라간 능선 숲 위에 799.5 미터의 만경대 암봉이 나지막한 노적봉 위로 우뚝 솟아있다.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등 첨예한 뿔이 셋이라 삼각산이라고도 불리었다는 옛말을 실감한다. 저 뒤 멀리에 그림자 모양의 보현봉과 문수봉, 비봉과 향로봉 등이 한 폭의 동양화를 멋지게 완성한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도 무언가가 있다. 두드러진 두 봉우리 사이를 비집고 작은 봉우리가 자리 잡고, 오른쪽으로 저 아래까지 암릉이 길게 이어진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어 있어 이름조차 숨은 벽 능선이다.
그러나 등반을 시작하는 첫 사면은 경사도 급하지만 길이가 50 미터나 되어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거기를 여럿이 일정 간격으로 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갈 수 있는 길이 달라졌다. 전에는 위문에서 보행로를 따라 백운대 길만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왼쪽으로 접어드는 만경대 길도 갈 수 있다. 백운대 길도 철책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보행로를 제쳐두고 수직 절벽이 버티고 있는 인수봉 쪽으로도 갈 수 있다. 숨은 벽 능선 또한 전에는 부러움만 가득하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갈 수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길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알고 보니 의외로 쉬운 길이 있었다. 우연히 등산학교에 알아봤더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고, 과정을 밟다 보니 자신의 체력이 젊은이에 전혀 뒤지지 않음도 깨달았다. 등반에 필수인 고가의 장비를 무료로 빌려주고, 전문 강사가 친절하고 안전하게 훈련시킨 뒤 정상까지 함께 등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데 왜 나는 할 수 없을까?”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너무나도 단순한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뿐이다. 일단 그 쪽으로 나아가니 길이 보였다. 그런데 그 길은 진작부터 거기에 있었다. 단지 내가 찾지 않았기에 나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 인수봉이나 주변 암릉 뿐이겠는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뿐, 가까이 하지 못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도는커녕 감히 접근할 생각조차 못하고 그렇게 체념하고 만다. 지레 짐작으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하고 아예 포기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끝까지 갈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것이 그렇게 끝난다.
가슴 속 한 구석에 아직도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볼 일이다. 그곳으로 가는, 숨어 있는 길을 새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길은 진작부터 거기에 있으면서 우리가 소망의 끈을 잡고 달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쉽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억울한 느낌마저 들지만, 지금부터인들 어떠랴. 열심히 즐기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