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 얼굴과 박정희 대통령 동상
변희룡 2011.06.01 조회 572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어에는, 생각만 해도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마력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이럴 것이다.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40여 년 동안 계속 수록되어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 때문이다.
이 소설은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 (1804~1864)이 썼다. 미국 뉴햄프셔 주의 프랑코니아 노치 주립공원에는 산꼭대기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이 여러 개 있는데, 이 바위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사람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큰 바위 얼굴이란 이름이 붙었고, 그 이름 위에 전설까지 붙었다.
언젠가 때가 오면 이 큰 바위 얼굴이 있는 계곡의 마을에서 당대에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인물이 될 아이가 태어날 것이며, 그 아이가 성장하면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흡사해 진다는 전설이다. 소설가 호손이 이 전설에 이야기를 붙인 것이 소설 '큰 바위 얼굴'이다.
소설 속에서는, 이 골짜기 마을 태생으로 세상에서 성공한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그들이 큰 바위 얼굴과 닮은 꼴 임을, 그래서 전설의 인물임을 과시한다. 부를 축적한 게더골더, 용맹한 군인 올드블러드앤드썬더, 대통령 후보가 된 정치가 올드스토니피츠 등이 그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들에게 열광했지만 주인공 어네스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주민들은, 그들의 평범한 이웃이고 정직한 친구인 어네스트가 바로 전설이 예언한 인물임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이다.
호손이 죽은 지 59년이 지난 1923년, 조각가 굿천 보글럼은 '큰 바위 얼굴'을 산 위에 조각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주문을 받는다. 4년 장고 끝에 조각은 시작되었고, 다시 14년 후인 1941년에야 마무리 되었다. 사우스 다코다 주, 러시모아 산의 블랙 힐스에 있는 '대통령 얼굴바위'는 이렇게 만들어 졌다.
특이한 점은 이 얼굴들이 평범한 인간의 얼굴들이란 점이다. 위대함이나 신비스러움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설 '큰 바위 얼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전 지구 사람들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당시의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러시모어 산을 '미국인의 역사적인 기념지역'으로 선포하였고,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 여론을 모으기 위해 중대 국사를 발표하는 성지로 변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큰 바위 얼굴'과 '대통령 얼굴 바위'에 중학교 때부터 친해져 있다.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모사품이 만들어 졌다 하니 즉각 관심과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모사품은 코트를 입고, 한 손을 들고 바로 서 있다는 점에서 김일성 동상과 유사하다고 지적된다. 작자는 손을 들어 흔드는 모습과 멀리 한곳을 가리키는 모습은 서로 다른 모습이라고 주장하지만, 실망하는 국민도 많다.
실망의 이유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는 국민정서에 근원이 있다. '큰 바위 얼굴'과 '대통령 얼굴바위'의 의미에 익숙해져 있는 이 시대의 우리 국민은 어느 누구도 '위대하여 숭배해야 하는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김일성 동상과는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게 하는 것이 해답일 텐데 비슷한 점이 보이니 무조건 싫은 것이다.
둘째 이유는 국민적 애정에 근원이 있다. 이 애정은 새마을 운동을 통해 이 나라에서 보리고개를 추방하였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농군들과 함께 모심기나 벼 베기에 동참하는 친근한 모습이 더 좋을 것이다.
셋째는 건립 과정의 순수성이다. 전 과정에 걸쳐 전 국민이 맑은 마음으로 동참할 때 러시모아처럼 '역사적인 기념 지역'이 된다. 동상 건립은 천년만년 가는 큰 사업으로 천기가 감응해야 한다. 그러기에 그 분 가족 한 사람이 정치권력의 실세로 작용하는 현 시국에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마뜩치 않다는 느낌이다. 부산일보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