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에 오인사격'해프닝으로 넘겨선 안돼 - 21기생 신문식 동문의 글-
배기준 2011.06.21 조회 645
입력 : 2011.06.20 22:29 (조선일보 2911.6.21)
지난 17일 새벽 강화군 교동도 해병대 초병들이 아시아나 항공기를 북한기로 오인해 10분간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18일자 A1면). 만약 소총이 아닌 대공포로 대응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북 도발에 대한 대응의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단지 장병교육 강화로 해결될 문제라기보다 지휘부의 교전규칙에 대한 근본 인식이 잘 정리돼야 한다고 본다.
항공기 침투에 대한 교전규칙과 대응 절차는 지상작전과는 다르다. 현장지휘관의 대응 의지로만 될 문제가 아니다. 북한으로부터 내려오는 항공기가 북한기이면 무조건 격추시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공으로 침투하는 항공기들은 공군 당국의 항적식별 절차를 거쳐 대응하도록 돼 있다. 비록 적국 항공기로 식별됐다 해도 민항기인지, 귀순기인지, 도발행위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고도의 전문적인 작전이다. 즉, 먼저 적아 식별, 기종 식별, 영공침투 목적 등을 파악하고 대응 수준에 따라서 전투기 기종 및 무장을 갖춘 비상대기 전투기를 출동시키게 된다. 전투기 출동과정에서 항공작전사령관이 전투지휘소에 도착하게 되고 이후의 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무수한 항적에 대한 식별 및 대응절차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하는 항공작전은 '중앙집권적 작전통제와 분권적 임무수행'이 아니고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경계초병이 마음대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얼마 전 창설한 서해방위사령부 휘하에 육군 1개 사단, 공군 2개 비행대대를 구성시키는 방안도 한때 검토됐으나 해프닝으로 끝난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게다. 공군 비행대대의 예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인 지휘통제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최근 군 지휘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선수 뽑는 감독과 작전 짜는 감독이 따로 있는 셈"(5월 23일 A5면 김관진 국방장관 인터뷰)이라는 비유보다는 "선수를 양성하는 K리그 감독(참모총장)과 대표선수를 차출하여 쓰는 국가대표 감독(합참의장)으로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들이 줄줄이 군정권과 군령권 모두 갖는다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의 중복적 작전지휘는 물론 오히려 작전의 공백이 생길 수 있고, 특히 항공작전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추신] 필자는 공사 21기생으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공군작전의 한 단면을 일깨워 근간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의 부당성을 비유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