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가본성무대21-사열대
변희룡 2011.08.02 조회 688
청주로 이사간 후에도 상당히 오래, 사열대는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았다.
연병장 잔듸밭에 주욱 도열해서는, "장교 앞으로' 하는 구령에 맞추어 근무생도들이 먼저 행진하고, 뒤이어 " 1대대 앞으로 갓" 하는 구령에 맞추어 전생도 이동하는 등등의 예식이 행해지던 곳.
"장교 앞으로" 하는 생생한 육성구령이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그 위에서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와 악수했었다. 악수하고 와서는 앞으로 한달간 손씼지 않겠다고 농담을 주고 받던 그 곳, 졸업식이 끝난 후, 박대통령께서 우셨다는 고사도 생각한다.
김선도 목사님, 졸업식에서 전례없는 군목축도를 하셨다.
단 2분 정도의 짧은 축도였다.
내귀로 똑똑히 들었다.
"하나님, 우리 대통령께서 국가를 위해 힘들고 외로운 결정을 하실 때에, 후회없는 결정을 내리실 수 있도록 총명과 지혜와 용기로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졸업식 끝난후 대통령은 따로 목사님을 부르셔서, 눈물을 흘리며 고마와 하셨다고 들었다. 내 고충을 이해하는 축도를 오늘 처음 들었다고 하셨단다. '힘들고 외로운 결정'이라는 한 마디가 외로운 지도자의 울음보를 건드리고 만 모양이다.
이 얘기는 제법 오래 인구에 회자되었었다. 나도 이제 나이들어 크고작은 책임을 직접 맡아 본 경험이 많이 쌓이니, 외로운 결정을 해야하는 지도자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각기 자기 이권에 더 관심을 가진 참모들 눈치를 봐가며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했을 테니, 항상 외로우셨을 것이다.
그 사열대를 보전하여 전망대 정도로라도 사용할 일이지, 군사문화라 매도하여 이렇게 밀어 버려야 옳은가. 우리 영공을 지키는 보라매들을 길러낸 역사적 유물이라고 표지판이라도 하나 남길 수는 없었을까?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다시는 허물자는 의견은 안 나올 것이다.
사열대가 있던 자리에는 영산홍 만 가득하고, 그 사이사이로 오솔길도 여러개 만들어 놓았다. 이 보다는 앞이 화악 터인 공원 중심 자리로 남아있었다면 훨씬 더 좋겠다고 느껴지는데, 내가 군출신이어서 그렇다고 할까봐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만다.
무심한 시민들은 그 사열대 아래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여인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이상한 걸음걸이로 옛 사열대 밑을 걸어다닌다. 상전이 벽해가 된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