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정비사업의 성적표
변희룡 2011.10.19 조회 295
수많은 홍수, 가뭄을 겪은 우리 선조들은 항상 순풍우조를 염원하였었다. 사대강 사업은 그 염원에 하늘이 감응하여 추진된 일이다. 오천년 역사를 통해 이 강산이 가장 크게 기지개를 킨 공사이기도 했다. 인체로 치면 동맥경화를 예방하기위한 대 수술이니 이제 대한민국은 장수할 기초를 세운 셈이다. 이런 사업이 인과가 없이 저절로 진행되었을 리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어지러운 정치적 공방은 한편의 서사시였다.
반대여론은 시종일관 이어졌다.
첫 반대는 기민론이었다.
‘강 정비 사업이라고 속이다가 대 운하 사업으로 돌변할 것’이라 했다. 정부가 불신받게 하면서 사업진행도 봉쇄하려는 정치적 공격이었으나, 현 정권의 임기 중에는 돌변이 불가능함이 증명되어 버렸다.
그 다음, ‘강바닥과 강변의 모래를 파내고 시멘트를 깔면 강이 정수능력을 잃게 되고, 모래무지 등 민물고기와 쑥부쟁이 등 강변 식물이 멸종된다.’고 했다. 그러나 시멘트로 다 발라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청사진이 제시되자 머쓱해져 버렸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 법인데 보를 만들어 물을 썩히려 한다.’ 는 논리도 한때 유행했었다. ‘소양강댐에 29억톤의 물이 수십 년 갇혀 있었지만 썩었느냐?’는 한마디로 일축되었다.
‘홍수는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일어나는데 그것을 몰라 본류를 정비한다.’ 는 주장이 한 동안 대 정부 공격의 주 무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수는 물이 모이는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본류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 순서이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지류까지 다 정비하려면 무지무지한 돈이 든다.’는 반박에 밀려났다.
‘복지에 투자해야 할 예산을 이 사업으로 돌렸다.’ 며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이 오히려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을 주장하게 되면서, 이 예산 타령은 설 곳을 잃어 버렸다.
‘수 조원이나 되는 돈을 들였으면 나오는 수입도 있어야 하는데...’ 라고 비판하자 ‘사람이 항암수술하고 나면 수술비만큼 수익이 나오는가?’ 라는 비유에 막혀 버렸다.
‘하나씩 차례로 정비할 일인데, 실적 쌓기에 급급하여 무리하게 4대강을 함께 추진했다.’ 는 비판이 한때 설득력을 가졌었다. 그러나 ‘기일을 늘리면 경비가 엄청 늘어나는데 그 좋은 보기가 KTX사업이다. 또, 영산강은 정비하고 낙동강을 미루면 그에 대한 저항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라는 해명이 뒤 따랐다. 막바지에는 종교 지도자들 까지 반대피켓을 들고 나왔다가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제 공사가 막바지이니 진행과정에 대한 논공행상은 우리 국민의 권리이다. ‘아님 말고’식으로 보이는 반대가 칠전팔기하는 동안 국민은 이 반대세력의 정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끝없이 저항한 의지에는 큰 박수를 보냈다. 사업성공의 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독주와 부패를 견제하고 부실공사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였으니 야권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준 셈이다. 그래서 이 사업 성공의 3등 공신은 바로 이 반대세력이다.
2등 공신은 끝없는 반대와 선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준 침묵의 대중이다. ‘소고기 촛불’ 때의 철없는 부화뇌동과 크게 비교된다.
일등공신은 당연히 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정부여당이다. 200년 주기의 홍수에도 견딜 만큼 이 강산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면서 경제까지 일으켰으니, 미국이 테네시강 개발공사로 성공한 역사와 다르지 않다. 경부 고속도로, 포항제철의 성공과 함께 대한민국을 일으킨 대 사업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런 공로에도 불구하고 내년, 전국이 선거전에 휩싸이게 되면, 이 사업의 공과는 다시 거론되고 헐뜯길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사업의 성적표는 다시 왜곡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란은 잠시일 것이고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 일간지에 개제하려다가 만 글입니다. 기상학자면 기상학이나 할 것이지...라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