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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대 1로 보는 군 개혁 무산의 교훈

공순사랑 2012.05.06 조회 163

36대1로 보는 군 개혁 무산의 교훈

안성규 칼럼

외교안보 에디터 askme@joongang.co.kr | 제269호 | 20120506 입력
군 상부구조, 즉 합동참모본부(합참)를 개조하려던 국방개혁 법안이 13개월 만에 예상대로 폐기됐다. 막판엔 저항 기류가 강한 해ㆍ공군에 합참차장(중장) 자리까지 보장하며 18대 국회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한 국방부는 허탈하게 됐다. 그 기분을 지난달 20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아쉽다”는 말에 실었다.

그런데 장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덧붙였다. 한 시간쯤 기자들을 만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현재 개혁안의 틀을 대부분 유지해 19대 국회에는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방 관계자들 사이에서 ‘19대 때는 좀 더 쉽게 의원 입법으로 갈 수 있을 것’ ‘국회 국방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보는 중’이란 말도 나돌고 있다.

그런데 18대 국회에서 국방개혁안이 실패했던 과정을 돌아보면 아무래도 의문이 든다. 실패 원인은 간단하다. 개혁이라고 시작했지만 그게 개혁이라는 데 대한 광범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만 해도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 의원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36대1’이란 숫자가 상징적이다. 누가 봐도 경쟁률임을 알 수 있는 이 숫자는 합참의장에 오른 육군 대 타군의 비율이다. 36(육):1(공):0(해). 1954년 1대 이형근 육군대장 이래 현재 정승조 37대 의장까지 비(非)육군 출신은 25대 이양호 의장(공군 참모총장)뿐이었다. 군 작전의 최고위직인 합참의장을 독차지해 온 과거에 대해 육군은 프라이드를 갖겠지만 해ㆍ공군은 자괴감을 느낀다. 특히 해·공군은 “현대전에서는 합동성 강화가 핵심인데 육군만이 합참의장을 맡는 구조가 계속돼야 하는 거냐”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품고 있다.

합참의장에 대한 인식이 서로 완전히 다른 데다 국방부가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하게 만드는 국군조직법과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내놓자 육·해·공군 사이에선 아군끼리의 저강도 전쟁 같은 긴장이 펼쳐졌던 게 사실이다.

법안의 의도는 좋다. 군이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 갈팡질팡했고 2015년 전시작전권 환수를 앞두고 있어 강하고 효율적인 지휘부를 만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군 총장을 함참의장이 지휘하게 만든다는 방침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휘를 받지 않는 지금도 해·공군이 육군에 눌려 있는데 법이 바뀌면 앞으로는 영원히 육군 밑에 깔리게 된다”는 격한 감정이 확 퍼졌다. 그런 정서가 개혁안 내용 전체에 걸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이런 반발은 해ㆍ공군 이기주의에다 자리 다툼 같아 보이고 사실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순 없다. 더 들여다 보면 그 속엔 ‘현대전에서 육ㆍ해ㆍ공군의 역할’에 대한 치열하며 불가피한 논쟁이 깔려 있다.

각각 5만 정도인 해·공군에 비해 육군은 병력이 50만. 전시에 북한과의 지상전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릴 병력이다. 육군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 양상은 달라져 간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현대전에서 해·공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드러났다. 우리도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아덴만 여명 작전 같은 데서 빠르게 커가는 해ㆍ공군의 역할을 본다. 이지스함이나 F-15 전투기처럼 거대하고 힘센 무기로 무장한 해ㆍ공군이 부상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래서 육군 위주인 합참의장과 작전 담당을 해·공군과 순환 보직하자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육참’으로 불리는 합참은 그런 변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위 개혁법안은 ‘육군이 다 해먹는다’ ‘합동성이 더 악화된다’는 반론을 끌고 다녔다.

합참의 ‘육군 중심’ 상황을 악화시키고, 커가는 해·공군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법안이 국회로 가면서 대립 양상은 고스란히 반복됐다. 국방부가 의원을 붙잡고 설명하면 곧바로 현역의 뜻을 담은 예비역들이 반대 설명을 했다. 해·공군뿐 아니라 육군 출신 장성들도 가세했다. 의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18대 국방위원회에서 개혁법 처리 무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 장관이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실패의 원인을 되새기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개혁 기치를 건다고 모든 변화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김 장관이 19대 국회에 다시 군개혁을 추진한다면 군 간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새 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 관리자 2012/05/06 22:49:26
    안성규 집필위원님이께서 군 개혁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지적하여 주셨네요.국방부는 이제부터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18대국회에서 왜 무산되었는지 되짚어 보고 법에 정한 절차와 과정을 충실하게 지키고, 현역들의 입을 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문적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이제 더 이상 군과 군을 대립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것이다.
  • 변희룡 2012/05/07 05:27:37
    칼럼자는, 육군인 합참의장 지휘 하에 든다는 사실에 대한 해공군의 저항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익에 무관하게 각 군이 권력싸움을 했다는 인식을, 단지 좀 더 곱게 포장한 것이다. 따라서 시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합참은 평시에 다양한 도발사례를 예측하여 교전수칙을 만들어 놓고, 유사시 그 수칙대로 실천되게 해야 한다. 평소에는 수칙의 검토보완, 전시에는 수칙이행을 지휘감독, 등이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의 임무여야 한다. 연평도 천안함 사건에서 보면 교전수칙이란 것이 없었거나, 수칙대로 행동하지 않은 자가 장관, 합참의장, 각군 사령관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은, 첫째는 수칙대로 되지 못한 라인의 업무분석이고, 둘째는 수칙의 보완이다. 군 구조 개편이라는 커다란 문제는 그 다음 다음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쉽고 중요한 두 문제는 건너뛰고, 가장 어려운 3번에 올인했다. 합의가 불가능한 문제에 몰두하였으니, 당연히 실패다. 결국 개혁하는 척 하다 마는 것이다. 바로 북쪽에서 원하는 방향이다.

    삼군 통합, 삼군사관학교 통합은 40년 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결국 안되고 말았음을 누구나 다 안다. 그런 불가능한 문제를 들고 나와서는, 일하는 척하면서 임기를 채운 것이다. 정말 모르고 밀어부친 결과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일하는 척 하기 위해 그리한 것일까?

    앞으로도 해결방안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아니라, 교전수칙 정비와 실천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참에 삼군의 균형있는 참여가 필수적이다. 북과의 충돌은 주로 해공군에서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육군제일주의였던 의식구조를 바꾸지 않은 한, 천안함, 영평도는 또 생겨도 바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 이문호 2012/05/07 07:54:15
    육 해 공군 원로들이 반대하는 것은 자군이기주의 보다는 유사시 결코 적용하기 어려운 누더기 법이기 때문입니다. 합참의장 보다 더 지적할 것은 해군과 공군은 합참 국방부 청와대에 처장급 이상의 주요 보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병으로 싸우던 시절, 땅다먹기식의 전쟁만을 생각하는 우리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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