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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병719기 입영식 참관기

변희룡 2012.08.28 조회 483

막내가 항공병학교에 입교하게 되어 입영식에 참관했다. 6주후면 외출온다는데도 눈가가 축축한 엄마들 곁에서 입영식을 지켜 봤다. 입영자가 하나같이 고급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을 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방동 성무대 언덕, 넘어가면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대와 불안으로 선배들 박수를 받으며 올라가던 그때 그시절이 생각난다.

 

내 아이도 어엿하게 현역으로 복무하는구나... 세삼 내가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큰 애는 보건소 근무로 복무를 마쳤는데 뭔가 국가에 빚진 기분이었다. 막내나마 현역으로 입대하니 다행이다.

 

훈련소에서는 12명이 한 내무반을 사용한다. 이미 깔끔하게 정리하여 공개해둔 내무반을 둘러 봤다. 침대가 아니라 침상이긴 하지만 옛날 생도 내무반 보다 좋아 보인다. 서울 성무대, 모 장관의 동생이 생도대 건물 보수공사를 수주했다는 소문과 함께, 소변보는 화장실에는 20여명이 한꺼번에 '서서 쏴!'를 해야 하게 보수하여 상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던 때가 있었다.

 

상황이 이를 진데, 납품업자가 장관 동생이란 소문만 나지 않았어도, 그렇게 불만이 커지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훈련소 내무반의 화장실이 모두 좌변기도 아닌 의자형이다. 세탁기 여러대가 번쩍번쩍 한 구석에서 빛나고 있다.

 

입영 행사 진행이 아주 깔끔하다. 준비가 잘 되어 있더라. 특히 내방객을 위해 더운 물을 준비하고 필기구를 준비하여, 입영자에게 편지를 쓰서 종이 비행기로 띄우게 하는 준비는 상당히 인상이 깊었다. 도우미하는 장병들이 친절하기 이를대 없으니 바로 내 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듯 하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선배들이 잘못한 업무결과가 물려진 것 때문이 아닐까. 관람석 스탠드가 보기는 좋은데 직접 가서 앉아 보니 초등학생용 스탠드라 할 만큼 앞뒤가 비좁다. 왜 군에서 하는 일은 항상 이렇게 틈이 있을까. 옛날에 이리 만들어 논 것을 현재의 교육사에서 어찌 하리요. 시간이 흘러야 보수공사 예산이라도 따 낼 것 아닌가.

 

스탠드가 1000 석 남짓한데, 앉지 못한 부모님들은 3000명이 넘어 보인다. 입영 장병의 수만도 2000명이 넘어 보인다. 누가 이 스탠드 만들었는가? 예산이 모자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섯불리 공을 탐하여, 없는 예산으로 이런 공사 완성한 지휘관은 상을 주면 안된다. 벌을 주어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각 개인 컴퓨터도 충분한 음질과 음량을 가진 스피커를 거의 공짜로 보유하는 시대이다. 공군 입영환영회, 스탠드에서 참관한 부모님들에게, 사열대의 지휘관이 하는 연설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작은 데다가, 부모님들의 잡담이 섞여서 시꺼러워 지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뒷 좌석에 앉은 한 아버지가 중얼거린다.

 

"육군은 찌렁 찌렁 울리는 소리로, 군기가 팍팍 느껴지는데, 공군은 무슨 소린지 들리지도 않는 구령을 하고 연설을 한다..." 하다가는

"비교할 수 있나 뭐, 공군은 기술군인데..." 하고 만다. 기술군이 왜 기술에서 마저 밀리는가? 스피커 한두개만 더 달면 될 일인데, 지금까지 숫한 지휘관들 눈엔 그게 안보였을까? 스피커 출력 올리는 정도의 일은 이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이런 문제는 부끄러운 선배들이 남긴 험한 유산이다. 현직의 후배들은 정성을 다해 행사를 진행하더라. 시간은 30분이 채 안되게 빨리 끝내주는 재치도 있더라 (잘 안들리는 연설 오래 하면 지루하지. 들리는 연설,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이면 더 좋겠지만). 지휘관 시간, 간단한 인삿말, "20년간 집에서 고치지 못한 아드님의 게으른 습관을 5주동안 대한민국 국가가 고쳐 보겠습니다." 라고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대학생활의 낭만이란 핑게로 입학당시 잠시 일탈의 생활을 하더니, 2학년이 되어도 정상으로 되돌아 오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무지 많다. 그 게으름과 방종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흔히 입대의 길을 택하더라. 내 아이도 같은 경우였다. 요즘은 자기 관리가 되는 대학생은 군대안가도 되는 길이 많고도 많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군대 다녀오자는 학생이 많다. 쉽게 말해서 쾌락의 유혹에서 자기관리가 안되는 학생들이 군대 다녀오면 철이 좀 들것으로 기대하고 입대하는 것이다.

 

이 중에는 소위 개임폐인들이 많다, 전자오락 하다가 탐닉하여 자기 생활을 망각한 사람들이 몸부림으로 택하는 길이 군 입대이다. 실제로 군 복무 마치고 나오는 많은 젊은이가 옛날 자기를 괴롭혔던 나쁜 습관을 고쳐서 나온다. 대한민국 징병제는 꼭 국방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젊은 아들들이 자기수양하는 길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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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