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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리도 깨끗한 어느 공군 조종사 일기장

관리자 2012.08.31 조회 218

'12. 8. 30일자 조선일보 사외칼럼 독자의견란에 아침편지로

실렸던 기사 제목입니다.

 

참군인의 귀감으로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이곳에 옮겨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관 뚜껑을 덮을 때 나는 청탁(淸濁)의 소리는 제각기 다르다. 최근 개봉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 '알투비(R2B)'를 보고 한 공군 애호 단체 모임에서 들었던 어느 순직 조종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2010년 3월 2일 신참 조종사의 비행훈련을 돕기 위해 F-5/F 전투기에 동승했다가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오충현 공군 대령이다. 그는 공사(38기)를 수석 졸업한 인재였고 유도도 잘했다. 또 축의금 봉투에는 항상 '대한민국 공군 중령 오충현'이라고 쓸 만큼 공군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비행시간도 2792시간이나 되는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공군 역사에 비행훈련 중 순직한 첫 번째 비행대대장으로 기록되었을 만큼 솔선수범과 책임정신이 투철했던 지휘관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숙연하게 만든 것은 그의 일기장<아래 사진>이다. 인간은 의식이 언어를 주관하고, 언어가 행동을 지배한다. 내가 오 대령의 일기에 주목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1992년 12월 한 동료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마치 18년 후에 있을 자신의 유언처럼 일기를 썼다.

'내가 죽으면 가족은 내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담담하고 절제된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장례는 부대장으로 치르되, 요구 사항과 절차는 간소하게 했으면 한다. 또 장례 후 부대장과 소속 대대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돈 문제와 조종사의 죽음을 결부시킴으로써 대의를 그르치는 일은 일절 없어야 한다. 조국이 부대장을 치러주는 것은 조종사인 나를 조국의 아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족의 슬픔만 생각하지 말고, 나 때문에 조국의 재산이 낭비되고 공군의 사기가 실추되었음을 깊이 사과해야 한다. 군인은 오로지 '충성'만을 생각해야 한다. 비록 세상이 변하고 타락한다 해도 군인은 조국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전투기 조종사의 운명이다.'

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난중일기'를 쓰며 해전 승리에 골몰했던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 보았다. 고(故) 오충현 공군 대령! 그는 '독수리는 떠난 자리도 깨끗하다'는 전설을 남겼다. 이기주의와 보신주의가 판치고 권도(權道)가 상경(常經)을 밀어내는 혼탁한 세상에 참 군인정신을 우리 가슴에 각인시키고 홀연히 먼 길을 떠난 그의 순수한 조국애와 숭고한 희생에 깊은 애도와 존경을 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쪽 발은 이 세상에, 나머지 한쪽 발은 관(棺) 속에 넣고 애기(愛機)에 올라 우리나라 영공 수호에 전념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안전한 '리턴 투 베이스(R2B)'를 기도한다.

 

 

  • 관리자 2012/08/31 16:47:50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군의 시스템과 조직을 쉽게 파괴하려고
    하는 해바라기성 정치군인들이 이런 글을 읽고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 배기준 2012/08/31 17:19:41
    그렇습니다. 리턴 투 베이스(Return to Base : R2B) 는 공군 조종사의 영원한 소원입니다.
    적지 상공에서 임무를 다하고 사선을 넘어 조국의 땅에 착륙한다는 것, 평시 작전 훈련을 마치고 천둥번개치는 먹구름을 뚫고 기지로 돌아 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 온다는 것. 어찌 그들의 소박한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슬프하지 않습니다.
    고(故) 오충현 대령의 깨끗한 죽음은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가슴에 리턴 투 베이스(R2B)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여 ! 우리는 빨간마후라의 정신(Red Scarf Spirit)으로 시공(時空)을 거침없이 날아 간 전투조종사였음에 ! 고결한 자부심을 갖습니다.

    김덕수 교수님 글, 감사합니다.

  • 유병구 2012/09/01 00:23:10
    고 오충현 대령님과 하늘에서 장렬하게 산화하신 영령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이 기회에 정부는 공군조종사들이 항상 목숨을 걸고 조국영공방위 임무수행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이 마음놓고 사기 충천한 가운데 비행에 전념하여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한 임무를 완수하고 안전하게 리턴투 베이스(R2B) 할수 있도록 공군조종사의 처우(진급, 급여)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시길 바랍니다.
  • 이치훈 2012/09/01 01:08:03
    국가안보를 위태롭게하는 불순세력들이 판을쳐도 이기주의와 보신주의로 복지부동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권도(權道)가 상경(常經)을 밀어내는 혼탁한 세상에 참 군인정신을 우리 가슴에 각인시키고 순간에서 영원으로 바람과 같이 산화한 그의 순수한 조국애와 군인정신 그리고 숭고한 희생에 깊은 애도와 경의를 표한다.
  • 고종무 2012/09/01 08:36:07
    존경과 배움에는 남녀노소, 선후배가 없습니다.멋진 빨간마후라의 애국애족과
    爲公忘私, 그리고 충성심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그러나 가슴 아프고 아쉬운 것은 좀더 오래 .....이 세상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선후배, 동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 먼저 훌쩍 떠난 것이 .......
    하지만 조국의, 공군의 수호신이 되어 못다한 일들을 하시옵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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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