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세계를 날다, 블랙이글" 을 연출했던
이미지 다큐社의 우경도 대표님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소개합니다.
블랙이글팀이 영국에 갔을 때 장기간 함께 했던
분으로서 블랙이글팀과 고 김완희 소령에 대해
좋은 글을 올리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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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업무를 검토하던 목요일 오전, 갑자기 날아든 공군 블랙이글 조종사 순직 소식에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전의 나라면 뉴스에 흔히 나오는 경찰·소방관의 의로운 순직 소식처럼 그냥 잠깐 안타까움을 느끼고 곧바로 일상생활을 계속해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나는 블랙이글의 영국 에어쇼를 취재하며 고(故) 김완희 소령과 70일간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냈기에 우리 공군의 귀중한 인재를 잃었다는 안타까움과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을 함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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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세계를 날다, 블랙이글’을 취재하기 위해 영국 와딩턴·RIAT·판보로 에어쇼에 동행한 우리는 마치 블랙이글 팀과 같이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처럼 순간순간 호흡을 같이하며 생각과 감정을 공유했다.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 에어쇼에서 ‘최고의 에어쇼 상’ ‘시범비행 최우수상’ ‘인기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타국에서 느끼는 한국인으로서의 동질감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대단한 무언가를 함께 이뤄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가슴 벅찬 공감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희로애락을 함께한 블랙이글 조종사 고 김 소령의 순직 소식은 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70일 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고 김 소령은 하늘을 사랑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공군 조종사이자, 궂은일은 모두 도맡아 하며 늘 웃는 얼굴로 동료를 대하는 배려심 넘치는 친구였다. 블랙이글 같은 특수비행팀이 엄청난 속도로 밀착 비행을 하려면 팀원들 간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데, 모든 공군 조종사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점에서 고 김 소령은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블랙이글 편대에서 고 김 소령이 맡고 있던 역할은 3번기, 라이트 윙이었다. 3번기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형 안에서 늘 다른 비행기들 사이에 위치하게 돼 양쪽의 호흡을 조율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이 3번기처럼 늘 주변을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선후배들의 대소사를 먼저 나서서 챙기는 따뜻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국 에어쇼를 위해 출국하기 전에는 사전조사와 경로 파악을 도맡아 했고, 영국에서는 대대원들의 총무 역할을 맡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전 공군 장병과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 지금은 충분히 슬퍼하고 그를 위해 울어 줘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한 청년을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흘리는 눈물이자 우리 공군의 뛰어난 인재를 잃은 안타까움일 것이다. 청춘을 하늘에 바친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자 했던 블랙이글의 명예와 자부심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자존심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