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의 비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관리자 2012.11.21 조회 108
'12. 11. 21일자 조선일보 발언대 란에 실린 공주대 김덕수 교수님의
글을 소개 합니다. 김교수님은 얼마전 故 오충현 대령의 일기장을
소개하여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1994년도에 블랙이글팀의 재탄생 검토시 주무부서인 작전처장이었던
저로서도 같은 생각입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하겠지만 사고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진 다음, 단계적인 준비과정을 착실히 거쳐 다시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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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김완희 소령이 산화했다. 많은 선후배와 동료 조종사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며 묘지 위에 눈물을 뿌렸다. 블랙이글은 지난 6월과 7월 영국 리아트와 와딩턴의 군사 에어쇼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석권함으로써 T-50의 우수한 성능과 우리 조종사들의 빼어난 조종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것은 미국 등 여러 나라가 T-50에 대한 구매의사를 타진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 와중에 T-50이 추락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항공기는 3차원 공간을 고속 질주하는 쇳덩이다. 그만큼 사고위험도 상존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 국민의 따뜻한 이해와 격려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필자는 세 가지 이유에서 블랙이글의 특수 비행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블랙이글 조종사는 모든 전투기 조종사들의 로망이다. 블랙이글 팀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출중한 비행기술과 원만한 대인관계다. 조종사들이 블랙이글의 팀원을 꿈꾸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공군 전력의 정예화는 저절로 달성될 수 있다. 둘째, 블랙이글의 에어쇼는 청소년들에게 우주와 하늘을 향한 끝없는 동경심과 도전 정신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또 T-50의 뛰어난 성능과 안전성을 세계에 널리 홍보함으로써 수출 증대는 물론 국격(國格)까지 제고할 수 있다. 셋째, 블랙이글은 T-50의 임계치에 가까운 고난도 특수기동을 전제로 한다. 그 과정에서 블랙이글 조종사는 T-50의 성능 한계와 그것의 극복 방안을 정확하게 제안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공군이 추진할 FX사업과 KFX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원컨대, 블랙이글은 동료를 잃은 슬픔을 하루빨리 추스르고, 먼저 간 김도현, 김완희 소령을 위한 추모 비행을 대전 국립현충원 상공에서 실시했으면 좋겠다. 또 조종사와 항공기에 대한 기존의 사전점검 시스템을 강화시키면서 명불허전(名不虛傳)의 다부진 각오로 새로운 비상을 시도하길 바란다. 미 공군의 선더버드와 해군의 블루엔젤 팀도 그런 아픔과 시련을 겪으면서 세계 최고의 특수비행 팀이 되었다. 공군의 최정예 조종사로서 32년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가 조국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장렬히 산화한 김완희 소령의 명복을 빌며 그 유가족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