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앞의 시범훈련
배기준 2012.12.31 조회 268
※ 1964년, 서울 대방동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처음 악수하였다.
다음은 영부인을 보내신 후 추석 전 저녁 무렵 수원 비행단을 불시
순시하셨다. 조종사식당에서 악수한 후 찬도 없이 동태찌게로만
저녁 식사를 드시면서 우리나라도 동해 앞바다에서 오일(oil)을
생산하면 자가용을 타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사기(士氣)를 북돋아
주시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하셨다.
마지막으로 아래 글데로 대량 발진 시범훈련때 수원 비행단 비상
대기실에서 악수하였다. 이후 긴급출동에 지장이 없도록 제반 작전
시설을 대폭 보강하였다.
이제 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부대 현장 순시를 통하여 튼튼한
국방 안보를 위한 군사력 건설에 매진하리라 확신하면서 40여년
전 군대 추억을 다시 정리하였다.

대통령 앞의 시범훈련
70년대 초반 년말이 가까와 오는 어느 추운 겨울, 소령 때 있었던
이야기다.
공군 수원 비행단 비상대기실(alert room)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전쟁 첫 단계에서 3 - 15분 비상대기 전투기 십수대가 가능한
빨리 대량 발진(이륙)하는 항공작전 시범훈련이 있었다.
비상 벨이 울리자 조종사들은 재 빠르게 항공기 시동을 걸고 활주로
도착 순서데로 편대 이륙 활주를 시작하였다. (First come,
First take off)
그런데 첫 편대 2번기의 엔진에서 이상한 검붉은 불꽃을 수차례
내뿜고 결국 이륙을 중지(abort)하고 말았다. 소위 AB blow out
(After Burner 비정상 연소)가 발생한 것이다.
아주 가까이, 약 1000피트 거리를 두고 최대 추력(AB maximum
power)으로 뒤 따라 가던 두번째 우리 편대는 앞 항공기간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면서 무섭게 닥쳐 와 부득이 장기와 요기 모두
이륙을 중지해야만 했다. 항공기 3 대가 이륙을 포기한 셈이다.
AB blow out는 몇가지 조건이 맞으면 발생할 수 있고, 이륙 활주
중이라도 가동을 재시도 할 수 있으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편대 역시 비상 절차(emergency procedure)는 기술지시
(tech order)에 따라 정확하게 수행하였다. 추력을 최소(idle
power)로 줄이면서 항력 낙하산(drag chute)을 펴고 속도 제어
브레이크(brake)를 밟는 일련의 동시 동작은 위험(죽음)을
피하려는 동물의 무의식적 순발력이었다.
겨우 활주로를 개방하고 나니 대형 충돌사고가 날 뻔한 당혹감
은 온데 간데 없고 흠집이 나 버린 시범훈련에 대한 수치심만
가득하였다. 시합도 하기전에 탈락한 운동 선수처럼 허탈하였다.
아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몹씨 어려운 고난도 훈련도 아니고 조종사들이 밥 먹듯이 반복
하는 기본 절차인데 이유야 어떻든 하필 이런 특별한 날에
불상사가 일어났으니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시범훈련전, 비상대기실에서 “내가 대통령인데 여러분을
위해서....”하시면서 악수할 때 가슴속에 뭔지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벅찬 감정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충성심이라는 것을 나중
에 알았다. 군 최고 통수권자에게 아주 멋지고 자랑스러운
공군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더 깊은 속마음은 빨간
마후라의 충성심을 진정으로 증명하여 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난처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아쉽다 못해 억울하였다.
당사자들은 그렇다 치고 대통령 앞에서 공군참모총장과 비행
단장의 체면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생각할 수록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방장관, 공군참모총장등 군 수뇌부 일행은 우리들
3대의 항공기가 이륙도 못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기장 사방에서 시동(start engine) 으로 막 생명을 찾은
항공기가 성이 난듯 웅웅거리는 소음과 후풍 배기 가스는
어지러울 정도로 혼동스럽고 산만하다. 저 쪽 너머 활주로에서
는 지축을 흔드는 폭음에 새파란 불기둥을 내 뿜으며 항공기가
중단없이 연속적으로 이륙하고 있다. 이러한 장면은 웅장하여
장엄한가 하면 천둥번개치는 천지개벽때 처럼 온몸이 떨리는
전율로 소름이 끼친다. 현장의 어떠한 참관자도 그 기(氣)에 압도
당하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활주로 저쪽 끝자락에서 일어 난 3대 항공기의 이륙포기
는 시간상 이미 관심밖으로 지나 갔을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가시거리(可視距離)밖 사각지대였다.
참말로 그렇구나. 누군가 말했듯이 세상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술궂다. 그래서 인간은 본의보다 더 많이 괴로워
한다. 이런 날에 AB blow out 라니....
그런가 하면 세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뜻밖일
때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인내하며 기다릴줄도 알아야한다.
출격도 못하고 험집이 났는데도 다행스럽게 충성심을 증명한
시범훈련으로 일비일희(一悲一喜)하였으니....
어쨌든 세상은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모양이다.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끝]
※ 첫 편대 F-5A 1번기 강신해 소령(13기), 2번기 임성남 중위(20기)
둘째 편대 RF-5A 1번기 배기준 소령(12기), 2번기 오상현 대위(15기)
활주로 통제장교(Runway Controller) 손덕규 소령 (13기)
※ 당일 이륙한 항공기는 수원기지 측풍과 돌풍(Gust)때문에
대구기지에 착륙, 익일 모기지로 RTB하였다.
경기병 서곡 - Suppe
행진곡(march) 은 60-64년도, 생도식당에서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그 시절은 항상 긴장하고 시간에 쫓겨서 이러한 경쾌한 음악이 오히려
우울한 여운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오래간 만에 쥬페의 경기병 서곡, 이 리듬과 멜로디를 들으니
마치 조종사가 출격을 앞두고 이륙대기선에 서 있는 듯하다.
그리운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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