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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1

고준기 2013.03.22 조회 144

 

 

44기 동기생회에서 운영하는 다음 동기생 카페 및 다물후원회 카페에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몇번 글을 올린적이 있습

 

니다.

 

이번에 그 글들을 모아서 2013년 성무지에 기고 하였습니다.

 

분량이 많아 다 실리기가 어려울것 같아 이왕 쓴글 여러분들과 함께

 

한번 더 읽고 싶어 이렇게 올립니다.

 

 

* 44기 다물 후원회 카페 

 

  : http://cafe.daum.net/damul-supporters/IqZ2/2

 

 

* 44기 동기생회 카페

 

  : http://cafe.daum.net/KAFA44/I5MK/51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44기 사관  고준기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분신같은 아이들은 공군과 우리가 책임...”

 

비행임무중 순직한 동기생의 영결식에서 동기생 대표로 낭독했던 이

 

한줄의 문구는 그 이후 내마음속에 무거운 짐이 되었다. 2003년 5월 15

 

일, 故 소령 김상훈님의 영결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던 이 말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었다.

 

1999년 9월 14일 故 소령 박정수님을 처음 하늘로 보내고, 故 소령

 

상훈님에 이어 그후로도 4명의 동기생을 떠나보내면서 이 한줄의 문구

 

는 더 이상 쓰지 못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며,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동기생들의 마음을 모

 

아 그들과의 만남을 시작하였다.

 

이제부터 그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려 한다.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1

 

 

2012년 1월 14일

 

오랜시간 바래고 기다렸던 만남이다.

 

그들의 곁을 먼저 떠나간 우리 44기 동기생 가족과 만나는 날이다.

 

동기생회에서 주관한 자리지만, 전임 동기생회장이라는 명분으로 자리

 

를 함께 한다.

 

“다물 후원회”가 첫걸음을 내딛던 날이기도 하다.

 

3가족(이한기, 김도현, 이재욱 유가족)이 이날 함께하기로 했다.

 

김도현 동기생 가족과 대전 유성터미널에서 오후 4시 조금 넘어 만났

 

다. 몇 년전 현충원에서 우연히 본이후 내모습이 많이 변해서 못알아볼

 

뻔 했다는 농담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건우, 태현이가 훌쩍 커버렸다.

 

애들은 금방 크는구나 생각했다가, 이렇게 크는동안 힘든시간도 많았

 

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약속시간은 5시라 먼저 현충원에 들러가기로 했다.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차뒷자리에서 무슨꽃이냐는 애들끼리의 질문과 대화를 뒤로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묘역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묘역으로 향하는데, 김도현 동기생 가족이 저 멀리에 있는

 

이한기 동기생 가족을 알아본다. 서로 약속들을 한건 아니었지만, 현충

 

원에 먼저 들렀다가 약속장소로 간다고들 했다고 한다. 아차하는 생각

 

이 들었다. 내가 일정을 계획하면서, 외지에서들 자가용, 버스로 오니

 

까 만나서 저녁 식사하고, 숙소로 이동하여 담소나누며 쉬다가 다음날

 

아침식사후 현충원에 함께 가는 일정을 계획했는데, 그들의 생각을 고

 

려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대전에 왔으니 아빠 먼저 보고 밥먹으로 가겠

 

다는 이들의 당연한 마음을 왜 난 몰랐을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이재욱 동기생 가족도 도착했다. 약속은 5시에 식

 

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현충원에서 모두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후, “찬물도 순서가 있다는데, 저쪽(김상훈 묘비)부터

 

갔다 올께요”라는 농담을 건네고, 다른 동기생과 함께 우리 친구들 상

 

훈이, 한기, 도현이, 재욱이에게 처음으로 조금 덜 미안한 마음으로 인

 

사했다. 도현이 아들 건우, 태현이가 따라주는 잔을 받아 현충원에서

 

처음으로 절을 했다. 가족들끼리도 서로 묘비를 돌며 인사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하듯 말 건네는 모

 

습은 그들만의 문화가 되어있었다. 재욱이는 커피를 좋아했다며, 그 앞

 

에는 흔히들 편의점에서 종종사서 마시는 커피가 놓여 있다.

 

아빠에게 인사가 끝난후 아이들끼리는 뛰어다니며 이름도 없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서로간 몇 번의 교류로 아이들끼리 형, 동생, 누나

 

가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현충원을 다녀가는 동안 여기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어

 

떻게 그럴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 애들이 그러고 있다는,

 

한 가족의 말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어느덧 초등학교 입학하게될 하린이(이재욱 딸), 2학년 태현이(김도현

 

아들), 3학년 건우(김도현 아들), 3학년 준후(이재욱 아들), 4학년 하린

 

(이한기 딸)이 이 아이들을 보며, 헤어지는 다음날까지 이틀내내 가슴

 

이 뭉클함을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2008년 현충일이후 주말에 현충원에 갔다가 재욱이 묘비앞에 있던,

 

“아빠 모하세요, 저는...”으로 시작되던 편지를 썼던 준후가, 그 옆에

 

별과 동그라미 등 알수없는 그림을 그렸던 하린이가 이렇게 커버렸다.

 

 

현충원을 벗어나, 약속된 뷔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고, 다른 동기생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유가족과의 어색함을 풀어보고자 친분이

 

있던 다른 동기생과 가족들과 함께 시작한 식사자리는 처음부터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해야하나 어색함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

 

줌마들이 한 테이블로 모이면서부터 이런저런 아줌마들의 얘기들로 어

 

색함은 사라졌다.

 

어른들이 따로 챙길걸도 없이 아이들끼리 먹고 싶은거 가져다 먹고, 아

 

줌마들은 아줌마들끼리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새우를 잘먹는 하

 

린이, 식사가 끝나자 닌텐도 게임기를 손에들고 정신집중하고 있는 남

 

자애들, 식사후 엄마에게 다가가서 엄마 디저트 뭐 드실거냐고 물어보

 

는 대견한 큰 하린이, 뷔페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너무 많이 먹어 배부

 

른 배를 보고, 식탐을 후회하며 자리를 일어나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

 

로 이동하여 오늘의 본론인 다물후원회에 대하여 설명했다.

 

 

♥ 다물후원회 주요내용

: 사망 동기생 자녀 1인당 매년 50만원을 연1회 지원, 고등학교 졸업시까지

 

 

설명이 끝난후 준비된 봉투를 전달하고, 내년 부터는 통장으로 입금한

 

다고 설명드리고, 다시 어색해진 자리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자리

 

를 정리했다.

 

10여년 후배기수에서는 순직 동기생 가족에게 매월 몇십만원씩 지원한

 

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흔히들 하는 얘기로 마음과

 

정성이 중요하다지만, 현실은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나오는 연금

 

으로 먹고 사는거야 해결한다지만, 요즘 세상이 먹고사는 것만으로 해

 

결되지는 않으니까....

 

유가족들을 생각할때마다 김상훈 동기생 영결식에서 읽었던 조사가 생

 

각난다.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분신같은 아이들은 공군과 우리가 책임...” 조

 

사문구는 그 이후로 쓰지 않았다. 동기생회장 하는 동안 4명의 동기생

 

들이 하늘에서 산화하는 사이 상훈이에게 했던 그 약속은 지켜줄수 없

 

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남자아이 3명을 데리고 계룡스파텔에 있는 목욕탕에 데리

 

고 갔다.

 

벌써 6년이 지났으니, 초등학교 2,3학년인 아이들이 아빠와 목욕탕에

 

가본 기억이 없을것 같아 혼자 생각해본거다. 언젠가 아이들을 목욕탕

 

에 한번 데리고 가고 싶었다. 남자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줄수 없는, 아

 

빠만이 해줄수 있는 것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다. 남자아이들을 목욕

 

탕에 데려가겠다고하니, 엄마들은 반기는 모습이다. 한명 한명 비누칠

 

시키고, 탕에 같이 들어갔다가, 살살 밀어달라고, 아프다고 엄살부리는

 

아이들의 등도 밀어주고, 나름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목욕탕을 나와 내

 

어릴적 기억을 생각하며, 시원한 딸기우유나 쵸코우유 사주려고 애들

 

한테 물었더니, 안먹겠단다. 재차 물었지만, 그냥 가잰다. 내 첫애가 7

 

개월밖에 안된 아빠라 내가 뭐 애들의 마음을 아나. 목욕시키고 우유까

 

지 하나 먹여서 왔으면 좋겠구만 하는 마음은 내생각일 뿐인가보다.

 

숙소로 돌아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유성에 있는 아침식사 잘나오는 기

 

사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애들은 아침부터 셀프로 가져다 먹는 떡

 

복이를 잘도 먹는다. 엄마들도 잘나오는 밑반찬 싹쓸이에 셀프로 가져

 

다 먹는 숭늉까지 한 대접씩으로 마무리한다. 비싸고 분위기 있는 아침

 

식사는 아니었지만, 다들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표정이다. 그들과의 이

 

틀 동안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틀내내 가슴 뭉클함을 애써 감추었지

 

만, 집으로 오는 차안에선 눈가엔 눈물이 스쳤다.

 

그들을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워하며, 다음에 또 만남을 기약하

 

며 헤어져야하는데, 그렇게 했는데 왜 마음은 가볍지 않은건지.

 

헤어질때 활짝 웃으며, 손 흔들던 막내 하린이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재욱이가 떠날 때 돌 지났다던 하린이가 올해 학교에 입학한단다.

 

다물후원회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던 희정씨의 모습이 떠오

 

른다.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2

 

 

*** 다음글로 이어집니다...

 

 

등록
201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