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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3

고준기 2013.03.22 조회 183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3

 

 

2012년 3월, 어느 따사로운 봄날 오후

 

경기도 안성에 다녀올일이 있어서 대전에서 출발하며, 아직 평택에

 

살고있는 박준범 동기생 가족에게 전화를 했다. 준범이 떠난후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평택에 일부러 갈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아 미

 

루다가, 오늘에서야 서둘러 약속을 잡는다.

 

약속장소에 미리 도착해 잠시 있으니, 준범이 가족이 도착했다. 장례

 

식장에서 한번밖에 보지 않아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가게에

 

들어오는 순간, 서로가 누구인지 알수 있었다. 5개월의 시간이 지나

 

면서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아침 6시, 전날 조금 늦은 시간까지 술자

 

리가 있어서 토요일이고해서 늦잠 좀 자려는데, 아침부터 핸드폰에서

 

문자 왔다는 음악이 들린다. 몽롱한 상태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면

 

서 확인한 문자에는, 박준범 동기생이 오늘 새벽 죽었다는, 그리고 평

 

택의 어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는 내용... 깜짝놀라 문자를 다

 

시 보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문자를 보내준 동기임원에게 전화를 걸

 

어 물어보니,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고 집에 있다가 심장발작을 일으

 

켜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렇게 되었다고만 알고 있었다.

 

아침 8시 넘어 도착한 빈소에는 준범이 가족과 어머니, 형님 가족들,

 

부대분들 몇분이 계셨다. 벌써 마련된 빈소의 영정사진을 보며, 또한

 

번 오랜만에 눈물이 흘렀다. 그날 처음보는 준범이 가족을 보며 두손

 

을 붙잡고 무슨말인지도 모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잠시 오래전 기억

 

속에 잠겼다. 20년전, 럭비부에서 함께 운동하며 럭비구장에서 심장

 

이 터질듯 함께 뛰던 기억들, 운동이 힘들어도 궁시렁거림 없이 묵묵

 

히 뛰던 그 친구. 그 친구가 심장마비로 떠났단다.

 

 

목요일 저녁 당직후, 금요일 근무off를 해야하는데, 부서에 업무가 많

 

다보니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먹고 TV 보다가 피곤해서 안방

 

에 들어가 먼저 자겠다고 들어가고, 막내가 아빠랑 자겠다고해서 아

 

빠옆에 막내를 눕혀주고 나와서 준범이 아내는 거실에서 잤는데, 새

 

벽 2시쯤 안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들어가 보니, 준범이가 심장발

 

작을 일으키며 아무말도 못하고 신음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동물

 

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119에 신고하고, 알고있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119를 기다렸다던

 

준범이의 가족. 아빠가 떠나고 있는 그 순간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

 

던 아이들.

 

살려달라는 절규와 같은 울부짖는 준범이의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든

 

뭔가 해보겠다며 심폐소생술을 하며 마지막 이별을 준비한 준범이의

 

아내, 그리고 그옆의 아이들.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정확한 사인을 알기위해 부검까지 하였지만, 심장비대에 의한 심장발

 

작만 확인될뿐 그 이상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여려보였던 아이 3명을 키우는 준범이 가족은

 

이제 거친세상에 당차게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댁인 달성, 고향

 

인 춘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 평택에 정착하기로 했고, 보상금

 

등으로 평택에 아파트를 장만하여 8월에 입주할 계획이란다. 나또한

 

민간인으로 사회 경험도 부족하면서, 준범이 가족에게 본인이 혼자

 

직접 부딪혀야할 사회생활의 이것저것을 당부한다. 물질적 도움은 못

 

주더라도, 어떤 도움이 필요하거나, 무언가 물어봐야 할 일들이 있으

 

면 언제든 전화를 달라고 얘기했다.

 

그간 준비한 일들을 들으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왠지 당차졌다는 생

 

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차져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동기임원을 하는 동안 준범이 결혼 소식을 들은적이 없었다. 준

 

범이 가족에게 자초지정을 물으니 결혼을 할때쯤 양쪽 집안 형편이

 

어려움이 생겨서 결혼식을 안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동기회에도 연

 

락을 안한것 같다. 1년전쯤 준범이가 예도를 문의한적이 있었다. 결

 

혼할 때 동기회에 연락하지 못해 예도를 못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전역후 바쁘게 일을 하고 있을때라 미루다 보니, 전달하지 못했다.

 

이제 결혼 예도는 어떻게 해야할까?

 

 

다음에는 아이들과 같이 만나 맛있는 고기 사겠다고 약속하면서 헤어

 

졌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하지 말아야 하지만, 꼭 한번은 그러고 싶다.

 

그 아이들에게 이제는 아빠가 없으니까...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4

 

*** 다음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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