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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4

고준기 2013.03.22 조회 129

 

 

 

남겨진 그들과 함께한 시간 4

 

 

2012년 9월14월

 

대전 현충원 故 소령 박정수님의 묘비 앞에서 정수의 어머님을 만나

 

기로 했다.

 

2주전쯤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고, 정수 기일에 대전에 오신다고

 

해서 맛있는 점심 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정수 앞에서 뵙기로 했

 

다.

 

정수의 이모님, 외숙모님과 세분이서 먼저와 계셨다. 아버님은 일이

 

생겨서 못오셨다고 한다.

 

 

정수 어머님은 정수를 얘기할 때 아직도 공부하러 갔다고 말씀하신

 

다. 정수가 저 멀리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서 오랬동안 공부하고 있다

 

고, 그러면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젖어있는 묘비를 마른수건으로

 

연신 닦으신다. 정수가 담배를 좋아했다며, 오다가 사오신 담배 한갑

 

을 여기저기 한참동안 찾으시다 꺼내 놓으신다. 담배에 불을 붙여 묘

 

비에 올려 놓으신다.

 

 

정수 어머니는 정수를 유학보내고 나셔서 2가지를 배우셨다고 한다.

 

운전과 컴퓨터.

 

정수를 유학보냈다 하시면서, 정수를 보려고 10년동안은 한달에 한번

 

씩 현충원에 오시고, 기일에는 현충원에, 생일때는 예천에, 또 지나가

 

다 한번씩...

 

지금은 매달은 못오신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아버님이 운전하셨지만, 어머님 생각에 아버님이 연세가 더

 

드셔서 아버님이 운전을 못할실때쯤 정수보러 가기 어려울것 같아서

 

어머니가 운전을 배우셨단다. 오랬동안 정수를 보러 대전으로, 예천

 

으로 다니시기 위해서. 이제는 정수보고 집으로 가시는 길에는 아버

 

님은 소주한잔 하시고, 어머니가 운전하신다고 하신다.

 

어느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에게 1년에 열 번을 넘게, 그것도 10년동

 

안 찾아갈수 있을까.

 

 

3년전 정수 10주기 추모식이후 곽병창 동기생과 함께 춘천에 정수 부

 

모님 집에 방문한적이 있다. 정수 10주기때 병창이와 함께 두분을 모

 

시고, 1박2일의 여정으로 대전현충원과 예천비행단에서 정수의 추모

 

식에 동행하고서, 두분께서 춘천에 꼭 한번 오라고 하시면서, 비싼거

 

는 못사줘도 집앞에 맛있는 닭갈비 식당이 있다며, 꼭 오라고 하셨다.

 

그후 춘천에 방문하여 아직도 그대로 있는 정수의 방을 구경하고, 집

 

앞의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으며, 그렇게 그분들과 잠시 정수를 대신

 

하며 아버님께 소주 한잔을 기울여 들였다.

 

그날 정수방에서 보았던 3cm이상 두께의 제본된 두권의 편지. 정수

 

어머니가 컴퓨터를 배우게 된 이유다. 정수가 보고싶을 때마다 편지

 

를 쓰시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셔서 지금은 인터넷 메일도 보낼줄 아

 

신다고 하신다. 정수 관련 자료들을 모두 컴퓨터 파일로 관리하고 계

 

신다고 하시며, 자료 가져가라고 해서 주신 자료를 받으며, 그때 10주

 

기 추모앨범을 만들어 드리겠다 약속했는데, 아직이다.

 

가져온 파일 자료를 보다보니, 정수를 생각하며 일기같이 쓴 편지에

 

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예천부대에 갔다가 상훈이 만난 얘기, 근

 

원이가 결혼할 사람이랑 인사왔다는 얘기, 근원이, 상봉이 등등의 결

 

혼식에 다녀오셨다는 얘기, 공군의 비행사고가 날때마다 마음 아파하

 

셨던 얘기들...

 

정수한테 물려준 담배가 다타들어가는거를 보면서 어머니는 정수에

 

게 또 인사를 하신다. “정수야 공부 잘하고 있어, 엄마가 또 올게. 오

 

늘은 널보러 준기도 와줘서 엄마가 기분이 좋구나. 정수야, 엄마 갈

 

게. 잘 있어...”

 

나쁜놈. 엄마한테 담배사오게 하는 나쁜놈.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그말이 새삼 떠오른다.

 

 

현충원 앞의 돌솥밥집에서 조촐한 점심을 사드리고, 다음에는 춘천가

 

서 닭갈비 먹으며 아버님이랑 소주한잔 하고 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

 

졌다.

 

대전에 오실때면 꼭 연락주시라고 말씀드리며...

 

 

어머님께 약속했던 2가지를 올해를 넘기기전에 지키려고 한다.

 

정수 10주기 추모앨범을 가지고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으며, 아버

 

님과 소주한잔 할거다.

 

병창이와 근원이가 함께하기로 했다.

 

 

그 시간들 이후...

 

*** 다음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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