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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나, SF 사고원인 분석

변희룡 2013.07.23 조회 505

 

아샤나, SF 사고원인 분석결과가 과학동아에 나왔군요. 읽으실 분이 있을 듯 하여 퍼왔습니다.

 

결함을 장점으로 바꾼 카나드

KOITA IN



지난 7월 6일, 안타까운 비극이 일어났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 214편이 목적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중 지면과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307명 중 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승무원들의 발 빠르고 능숙한 대처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사망한 두 명은 어린 소녀들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공개된 정보로는 214편은 충돌 직전 급격하게 하강하면서 속도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활주로에 다가가는 고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은 상태였는데, 착륙 직전에야 고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급격히 하강했거나, 재 어프로치를 위해 재상승하려다 고도가 너무 낮아 실패했거나, 전자기기 계통이 이상이 있어 갑작스레 비행 상태가 변화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원인이 무엇이건 그 결과 214편은 양력을 충분히 얻지 못한 상태에서 꼬리 부분부터 지면에 강하게 부딪혔다.


이번 사고는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에게도 충격이었다. 사고기종은 보잉 777-200ER 모델로, 1994년 운행을 시작한 이래 777시리즈는 안전한 기종으로 유명했다. 2013년 기준으로 사고는 단 8건이고 착륙 중 추락은 214편 사고를 포함하여 2건, 그나마 그 1건도 활주로에 동체가 미끄러지는 큰 사고였으나 부상자 47명 중 1명 중상에 그쳤다. 사망사고도 지상에서 재급유 중에 화재가 발생하여 지상 요원이 사망한 사고 외에는 없었다. 비행기의 안전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던 사건이니 운행 중 사망사고로는 214편 사고가 최초였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었건 간에, 공개된 자료의 정황으로 보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실속’으로 추정된다. 실속(失速)은 속도를 잃어버린다는 뜻이지만 정확히는 항공기가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을 말한다. 속도가 충분히 빠른 상태에서도 날개의 받음각이 커지면 실속에 빠져서 추락하고 만다.


214편의 경우 착륙하느라 속도를 늦춰 날개의 받음각이 커진 상태에서 실속에 빠져 빠르게 지면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실속을 이해하려면 비행기가 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비행기는 날개에서 공기의 흐름이 발생시키는 수직 위쪽의 힘인 양력이 비행기의 질량으로 인한 중력보다 크게 함으로써 날 수 있다. 양력은 앞쪽으로 살짝 들려 공기가 날개 아래쪽보다 위쪽에서 더 크게 휘돌아나가게 함으로써 발생한다. 위쪽이 굽은 모양 때문에 날개를 지나는 공기는 날개 아래쪽으로 꺾이도록 흐르는데, 원운동을 하는 유체의 압력이 중심부로 향할수록 낮아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공기 분자가 원운동 할 때 원운동을 유지하는 중심 방향의 힘이 압력이기 때문이다. 각운동량이 같다면 작은 원을 그릴수록 분자의 이동속도가 줄어들고 구심력의 크기가 작아지니 소용돌이의 가운데 부분에서 압력이 가장 낮아지는 것이다. 회오리바람이나 태풍처럼 회전하는 공기덩어리에서 중심부의 압력이 가장 낮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된다.


따라서 비행기는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하여 밀도를 높일수록, 날개가 공기의 흐름을 휘어놓는 각도가 클수록 더 큰 양력을 받는다. 이러한 각도를 받음각이라고 하는데, 받음각이 커질수록 양력도 커지는 것이다. 문제는 받음각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공기 흐름이 불규칙해져서 날개에 밀착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와 버리는 ‘흐름 박리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날개 주변의 공기 밀도가 순간적으로 낮아져서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공기의 압력도 크게 약해지므로 순식간에 양력을 잃어버린다. 속도가 느릴 때도 마찬가지로 양력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공기 밀도를 얻지 못해 양력이 심하게 줄어든다.


실속은 항공기가 등장한 이후 조종사들을 늘 괴롭혔던 문제였다. 착륙이 특히나 위험한 이유도 가뜩이나 속도도 줄여놓은 데다 낮은 속도를 보상하고 뒷바퀴부터 안전하게 활주로에 닿도록 기수를 들어 올려서 받음각이 커지다 보니 실속에 빠져서 갑자기 땅에 곤두박질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착륙보다 위험한 것이 급기동이다. 급기동을 위해 선회 각을 작게 하려면 속도를 늦추면서 받음각을 한껏 키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속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비행 중 격렬한 기동을 많이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종종 실속의 위험에 노출된다. 급기동 중의 실속에서는 날개 한쪽의 양력만 상실하여 양쪽 날개에 가해지는 힘이 불균형해져서 회전하며 추락하는 스핀을 겪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실속보다 훨씬 위험하다. 떨어지면서 빨라진 속력을 이용하여 실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2~3km 정도의 고도를 잃어버린다. 한마디로 저고도에서의 실속은 비상탈출 외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비행기 개발의 역사는 실속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의 역사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엔지니어들은 실속을 피하느라 엔진 출력을 개선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험을 거듭해서 주날개의 형상을 디자인하고, 동체를 가볍게 하느라 온갖 소재를 적용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요즘의 민항기나 훈련기들은 일부러 실속에 빠뜨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행안정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투기는 사정이 다르다. 곡예에 가까운 온갖 비행 상황을 겪을 정도로 험하게 굴려야 하는 전투기들은 여전히 급기동 시 실속의 위험에 노출된다. 재미있게도 최근의 엔지니어들은 실속을 막고 급기동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실속을 역이용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형 전투기에서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날개, 카나드(Canard)다.





카나드는 주날개보다 앞쪽에 붙는 작은 날개로 프랑스어로 오리라는 뜻이다. 카나드 자체가 수평꼬리날개의 역할을 해서 주익이 뒤로 후퇴하고 기수가 길게 뻗어 나온 모양이 되는데, 이 모양이 꼭 비행 중인 오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말하자면 카나드는 옆으로 툭 튀어나온 오리의 주둥이쯤에 해당하는 셈이다.


비교적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카나드지만 사실 최초의 비행기도 카나드를 달고 있었다. 바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플라이어1’이다. 흔히들 플라이어1의 사진을 보고 커다란 주날개가 있는 쪽이 앞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작은 날개가 달린 쪽이 앞쪽이다. 이렇게 보면 카나드가 비행기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잠시 사라졌던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라이트형제가 카나드형 비행기를 만든 이유는 순전히 ‘몰라서’였다.


플라이어1의 디자인은 독일의 글라이더 기술자, 오토 릴리엔탈의 죽음에 영향을 받았다. 릴리엔탈은 자신이 손수 만든 글라이더를 이용하여 1,000회가 넘는 비행에 성공하고 각종 항공역학의 기초 이론을 확립한 선구자였지만 결국 비행 중 추락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사실 이 사고는 글라이더의 한쪽 날개만 부러지는 정도로 크지 않은 사고였다. 그러나 앞쪽에 조종자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 탓에 릴리엔탈은 아무런 보호도 없이 그대로 지면에 충돌한 것이 문제였다.


라이트 형제는 항공역학에는 거의 무지한 채 주말마다 이런저런 테스트만 취미로 반복하여 비행에 성공한, 그야말로 근성의 화신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었다. 릴리엔탈의 사고를 전해 들은 라이트 형제는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그들로서는 도저히 조종 안정성을 높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조종자 앞쪽에 구조물을 잔뜩 붙여 쿠션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피치를 조절하는 수평꼬리날개를 앞쪽으로 옮겨 보호 장치를 만든 것은 좋았는데, 날개를 이렇게 배치하면 항공기가 매우 불안정해져서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카나드가 주날개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양력을 만들어내는데, 주날개와의 양력 균형이 일정하지 않아서 기체가 자주 요동치기 때문이다. 특히나 돌풍이라도 불면 카나드 때문에 고개를 홱홱 들어 올리는 터라 어려움을 더했다. 조종자는 이러한 상황에 일일이 반응하고 예측해서 조종해야 했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조종이 어려웠다. 실제로 라이트형제가 몇 년 동안 끈질기게 연습했기에 망정이지, 플라이어1은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사장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불안정한 항공기였다.


당연히 비행기 역사의 극 초반을 제외하고는, 이후의 개발자들은 앞쪽에 꼬리날개를 달 생각 따위는 한동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엔지니어들은 카나드의 독특한 특성에 주목했다. 바로 ‘실속을 역이용한 실속극복능력’이었다. 카나드는 자체적으로 양력을 발생시키므로 당연히 실속에 빠질 수도 있다. 정상적인 비행 상태에서는 카나드와 주날개에서 발생한 양력이 균형을 이룬다. 만약 받음각이 커졌을 때 카나드가 주날개보다 먼저 실속에 빠진다면 기수 쪽 양력이 크게 줄어들어서 이 균형이 깨지고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서 비행기 전체의 받음각을 줄인다. 이처럼 실속 상황에서 받음각을 강제로 줄여 양력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에 날카로운 기동과 실속 안전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카나드가 관심을 끈 것이다.


그러나 카나드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독일 포케볼프 제작소의 ‘엔테’나 미국 커티스사의 ‘XP-55’ 등 실험적인 카나드기가 제작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험기일 뿐이었다. 예측하기 힘든 불안정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미국은 몇 차례의 시도 후 숫제 카나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현대의 전투기들은 어지간하면 카나드를 달아 조종성을 높이지만 유독 미국의 기체만은 카나드보다 추력편향노즐을 이용하여 조종성을 향상하고 있다.





카나드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쓸 만한 효과가 있기는 한데, 막상 이를 실제 비행기에 적용해보니 안정성이 영 아니었다. 쓰고는 싶은데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불안하고 모자랐다. 이러한 상황에 희망을 던져준 것은 바로 컴퓨터였다.

플라이어1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카나드는 예측하기 어려운 요동을 일으키는데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어해야만 비행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이를 일일이 제어했다가는 단 10분의 비행만으로도 진이 쏙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이를 알아서 제어해주기만 한다면 카나드의 장점을 고스란히 활용하면서도 비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고 항공기 조종에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 이하 FBW)’를 활용하면서 미세조정을 기계에 일임하는 길이 열렸다. FBW는 말 그대로 ‘줄로 날린다.라는 뜻인데, 피아노선과 같은 강철선을 이용해서 조종간을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선은 전선을 뜻한다. 육중한 비행기를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유압계통을 전선과 모터가 대신하도록 한 시스템이 FBW다. FBW는 비행기의 중량을 줄이고, 실내공간을 넓히며, 제작단가를 절감하는 등 유압을 이용하던 방식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컴퓨터와 연결할 경우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보에 따라 구동계를 가동하는 정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FBW는 곧 비행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이상적인 항공 역학적 구조에서 벗어난 비행기는 제작할 수 없었다. 그리해서는 날아오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찌어찌 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조종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FBW 시스템에 컴퓨터와 센서를 연결함으로써, 주변의 조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그에 맞는 조작을 1초에도 수십 번씩 가할 수 있었다.

FBW와 컴퓨터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날아다닐 것처럼 생겼으면 어떻게든 날릴 수 있었다. 록히드 마틴의 천재적인 연구그룹, 스컹크 워크스의 켈리 존슨은 자신만만하게 ‘FBW만 있으면 자유의 여신상도 날릴 수 있다’고 할 정도였고, 실제로 이들은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날 수 없을 것처럼 생긴 F-117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FBW는 곧 카나드에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주었다. 카나드 특유의 불안정성 따위는 컴퓨터의 연산과 제어능력을 이용하면 아주 쉽게 잡아줄 수 있었다.


비행불안정성이라는 단점이 해결되자 카나드는 곧 여기저기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카나드의 전성기’라 불러도 될 수준이다. 특히 유럽의 전투기들은 카나드를 사용하지 않는 전투기를 보기 어려울 정도다. 프랑스의 라팔, 공동개발기인 유로파이터 EF-2000, 스웨덴의 JAS39 그리펜 등이 기동성을 향상하거나 양력을 조절할 목적으로 카나드를 달고 있다. 유럽만큼 유행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개발한 J-10이나 J-20, Su-27을 베이스로 한 러시아 기종들인 Su-30, Su-33, Su-34, Su-35에도 카나드를 활용했다. 실제로 이러한 기체들은 이전 세대 기종 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동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카나드는 군용기에만 적용될 뿐, 민항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는 약간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카나드의 발전상은 시사한 점이 많다. 보기에는 작은 추가 날개에 불과하지만, 카나드는 ‘실속으로 실속을 제어한다.’는 역발상과 IT 기술의 발전이 훌륭하게 결합한 사례인 셈이다.


글.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성봉환 2013/07/24 07:59:50
    자료 잘 읽고 갑니다....
  • 민형기 2013/07/26 13:28:29
    항상 유익한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변희룡 2013/07/26 19:41:37
    전반부에 베르누이 정리를 설명한 것은 아무래도 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민형기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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