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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야산에 전투기 추락하던 날 창공에선..

이문호 2013.10.23 조회 411

 

[발언대] 증평 야산에 전투기 추락하던 날 창공에선…

  •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일반사회교육과

     

    입력 : 2013.10.23 03:14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일반사회교육과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일반사회교육과
    전투 조종사는 하늘이 받아준 사람만 될 수 있는 극한 직업이다. 또 전투 조종사는 약 20개월 동안 각고의 입문·기본·고등 비행 교육을 받으며 두 가지 각오를 가슴에 새긴다. 첫째는 고가(高價)의 전투기를 소중하게 다뤄 국가 자원의 낭비를 막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경우라도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투 조종사들의 안타까운 산화 이면에는 그들의 숭고한 '기인동체(機人同體)' 정신이 숨겨져 있다.

    지난 9월 26일 F-5E 전투기가 충북 증평의 야산에 추락하던 그날도 그랬다. 조종사 이호준 대위는 전개훈련을 위해 청주기지를 이륙한 직후부터 기체가 자꾸 위로 급상승하며 우측으로 쏠리는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그는 즉시 관제탑에 알리고, 비행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청주기지는 인근에서 비행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상택 소령을 긴급 호출해 추적기 역할을 맡겼다. 한때 비행 교관으로 이 대위를 지도했던 이 소령은 이 대위의 곁을 날면서 한 시간 넘게 전투기를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도했다. 이 대위도 이 소령의 지시를 믿고 그대로 따랐다. 우선 비상시 매뉴얼대로 탱크에 가득 찬 항공유를 소모시키는 데 주력했다. 연료 무게가 비상착륙에 방해가 되는 데다 자칫 대형 화재 발생의 우려 때문이다. 이 대위는 전투기의 항공유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후 네 차례나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조종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모두 실패했다. 결국 이 소령은 이 대위에게 '전투기 포기'를 지시했다. 이 대위는 침착하게 전투기를 야산 쪽으로 돌려놓고 난 뒤 비상 탈출에 성공했다.

    필자는 '2013 공군 조종사 교육연수'에서 이 소령을 처음 만났다. 지난 19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그에게 격려 인사를 보냈다. 그가 문자메시지로 답해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이 대위는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제 조언대로 따라줬습니다. 이 대위에게 공중 비상탈출을 지시하던 순간이 눈에 선합니다. 긴장되어 제 손도 계속 떨렸습니다. 그 떨림은 이 대위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전투기를 지키고, 민간인 보호와 위기에 빠진 전우를 구하기 위해 창공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두 전투 조종사의 투혼과 상생의 정신은 점점 공동체 의식이 흐려져 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적지 않다.
    • 이문호 2013/10/23 11:20:12
      김덕수 교수는 공군사랑이 남다르다. 고 오충현대령의 일기를 조선일보에 공개하여 국민의 마음을 울린바 있고 최근 '하늘에 새긴 영원한 사랑, 조국'이란 책자를 발간하여 공군의 위상을 높힌 바 있다. 감사합니다.
    • 배기준 2013/10/23 18:16:59
      [100자 만평에 올린 글] 나는 30여년간 비행한 퇴역 전투조종사이다. 김덕수교수님께서 사실을 정확하게 독자에게 알려 주어 감사한다. 전투조종사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먼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국가관과 사생관은 공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배운다. "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 이것이 모교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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