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2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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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일반사회교육과
지난 9월 26일 F-5E 전투기가 충북 증평의 야산에 추락하던 그날도 그랬다. 조종사 이호준 대위는 전개훈련을 위해 청주기지를 이륙한 직후부터 기체가 자꾸 위로 급상승하며 우측으로 쏠리는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그는 즉시 관제탑에 알리고, 비행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청주기지는 인근에서 비행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상택 소령을 긴급 호출해 추적기 역할을 맡겼다. 한때 비행 교관으로 이 대위를 지도했던 이 소령은 이 대위의 곁을 날면서 한 시간 넘게 전투기를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도했다. 이 대위도 이 소령의 지시를 믿고 그대로 따랐다. 우선 비상시 매뉴얼대로 탱크에 가득 찬 항공유를 소모시키는 데 주력했다. 연료 무게가 비상착륙에 방해가 되는 데다 자칫 대형 화재 발생의 우려 때문이다. 이 대위는 전투기의 항공유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후 네 차례나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조종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모두 실패했다. 결국 이 소령은 이 대위에게 '전투기 포기'를 지시했다. 이 대위는 침착하게 전투기를 야산 쪽으로 돌려놓고 난 뒤 비상 탈출에 성공했다.
필자는 '2013 공군 조종사 교육연수'에서 이 소령을 처음 만났다. 지난 19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그에게 격려 인사를 보냈다. 그가 문자메시지로 답해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이 대위는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제 조언대로 따라줬습니다. 이 대위에게 공중 비상탈출을 지시하던 순간이 눈에 선합니다. 긴장되어 제 손도 계속 떨렸습니다. 그 떨림은 이 대위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전투기를 지키고, 민간인 보호와 위기에 빠진 전우를 구하기 위해 창공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두 전투 조종사의 투혼과 상생의 정신은 점점 공동체 의식이 흐려져 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