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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순신-칠천량 해전

변희룡 2014.09.01 조회 625

 

 

 

이순신 영화 '명량'이 한참 잘나가고 있군요.

 

23년전 현역일 때 '주간공군'에 게재했던 글을 찾아 내서 올립니다.

 

원균이 대패한 원인을 밝히려 했었나 봅니다.  소개올리는 칠천량 해전 바로 다음에 치뤄진 전투가 명량해전입니다.

 

 

 

 칠 천 량 의 痛 惜 

 

 ‘이순신’이 관직을 박탈당하고 백의종군할 때 이순신의 뒤를 이은 ‘원균’이 조선 수군을 이끌고 참패를 당한 전투가 바로 ‘칠천량해전'이다. 승승장구하던 조선 수군이 이 한 전투에서 완전히 궤멸하고만 점,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무지가 대패를 초래한 점, 그리고 역사의 평가가 왜곡되어 있는 점 등이 딱하게 느껴지는 일전으로 그 전말은 이러하다.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에게 왜군의 첩보에 놀아난 조정에서 출정을 명한다. 원균은 ‘배설’을 전투에 파견한다. 도원수‘권율’은 원균을 불러 직접 전투에 임하지 않는다고 곤장을 때린다. 비분한 원균이 도망치자는 배설의 종용을 일축하고 바로 군선을 소집하여 왜군 공격에 나선다. 칠천량에 도착한 무렵 이미 날은 저물고 풍랑이 거세다.

 

 

 

  왜군 대장이 이를 보고 꾀를 부린다.

 

"나가 싸우지 말고 조선의 군선 들이 계속 바다에 떠 있게 하라!"

 

그래서 왜선들은 한 두 척씩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가는 숨어 버리곤 하며 조선군의 주위만 혼란시키고 실제로 전투에는 응하지 않는다. 밤이 깊었는데도 조선군 장졸은 공격목표조차 찾지 못하고 심한 풍랑에 지칠대로 지쳐 버린다. 야음을 틈타 몰래 승선한 왜병의 방화도 위협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원균이 퇴각 명령을 내리자 왜군은 즉각 추격을 시작하니 조선군은 풍랑을 헤쳐 갈 기력조차 모자란 상태에서 적군의 추격을 받는다퇴각하다가 나무와 물을 공급받으러 잠시 상륙한 곳은 왜군이 미리 복병을 깔아 놓고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한 끼에 쌀 한 말의 밥과 닭 다섯 마리를 먹었다는 장수, 원균은 여기서 전사하고, 조선 수군의 군선은 배설이 가지고 도망친 열두 척 외에는 모두 소실되고 만다(이 부분에서 다른 설도 있다).

 

 

 

 이 전투는 자연과 접응한 작전운용이 화력이나 완력의 우세보다 훨씬 중요함을 확인시킨 전투로 평가될 수 있다. 조선 수군은 이순신의 지휘 하에 승승장구해 왔기 때문에 사기, 군기, 전력이 왜군과 백중 하거나 오히려 우세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 상태에서 한 순간에 완전히 몰락해 버리는 이변이 생긴 원인을 지휘관 교체라는 하나의 원인에 돌리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자연의 힘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지혜가 중요하며 작전지휘의 필수 조건임은 강조되어야 하는 사례로 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 즉, 조선 수군은 날씨(풍랑, 어둠)와 싸우면서 전력을 허비하고 있는 동안 왜군은 이를 이용했을 뿐 아니라 차기 작전까지 진행시킨 커다란 차이가 이변을 연출한 핵심이다.

 

 

 

  그러면 이러한 지각없는 작전이 수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출병에 급급한 나머지 시기와 날씨를 따지지 않았다는 책임이 원균에게 있다. 이순신이 출병 않다가 죄를 받은 사례가 있는 데다 권율에게 곤장까지 맞았다는 등의 여러 변명이 성립될 수 있겠으나 장수된 자로서 상황판단이 나빴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이순신이 조류를 이용하고 학익진을 펴는 등의 지혜를 발휘한 것과 비교할 때 원균은 자기감정에 휘말려 무조건 돌격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조건 출병을 명한 조정, 곤장을 때린 권율 등에게도 책임이 있다. 배설의 출전, 도주 종용, 도주 등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원균은 무리한 출전임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복종했다는 인상이 짙다. 따라서 권율 등에 대한 논죄는 유보한 채 나름대로 열심히 싸워 전사한 원균만 탓해 온 우리 역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한 가지 더, 이 전투는 깊이 새겨 후인의 경계를 삼아야 할 중대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패전사라 하여 별로 거들떠보지 않고 있는 우리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인식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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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