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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조종사 조기유출/유용원
이문호
2009.12.08
조회 565
국방부 기자실에서-공군 조종사 조기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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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용 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
“그 나이에 또 전투기를 타겠다고 그래요? 더구나 보통 전투기도 아니고 ‘선더버드’(Thunderbirds)를.”
지난 10월 미 공군의 세계적인 특수비행팀 ‘선더버드’ 탑승에 앞서 일부 공군 장성이나 장교들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필자를 아껴서 하신 말씀들이었지만 고맙기보다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쉰 살이 되려면 아직도 4년이나 남았고 보통 사람들보다 2~3배는 바쁘게 살아온 체력과 정신력을 갖고 있는데’.
그런데 탑승일인 10월 20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겁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필자보다 하루 먼저 선더버드에 탑승한 한 분은 킬리만자로 등 세계 각지의 고산을 여러 차례 등반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는데 비행을 마치고 내려온 뒤 구토를 하고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비행하다가 G-LOC(중력가속도에 의한 의식상실)로 정신이라도 잃으면 무슨 망신인가’ 하는 걱정도 생겼지만, 우리나라 기자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탑승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우리 공군의 A-37 공격기, KO-1 저속통제기 등을 타본 경험도 어느 정도 두려움을 없애 줬다.
드디어 10월 20일, 직접 타본 선더버드는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비행의 난이도도 난이도려니와 그 위험한 비행을 하면서 즐기는 조종사의 모습이 ‘프로페셔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했다. 1시간 20분이라는 짧지 않은 비행 중 몇 차례 구토를 했지만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고 정신을 잃지도 않았다. 비행을 마치고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한 직후 미군 관계자들이 비교적 멀쩡한 필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선더버드 탑승체험을 한 뒤 건강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공군 조종사들의 위험한 직무특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갖게 됐다. 선더버드 비행 중 ‘정말 이러다 아차 하는 순간 사고가 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 이런 선더버드 체험의 기억을 되살려준 행사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주최로 열린 ‘공군 조종사 대량 유출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였다. 이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는데 주제발표 중 ‘최근 20년간 52명의 공군 조종사가 추락사고로 사망해 사망률이 연평균 0.12%에 달하는 등 가장 힘든 고위험 직무’라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다.
종전 공군 조종사 조기유출 문제에 대한 대책은 금전적인 보상에 집중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공군 조종사는 매일 훈련이 아니라 목숨 걸고 실전을 치르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무성 의원은 물론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등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한 ‘공군 조종사 대량 유출 …’ 세미나는 매우 의미 있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
<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