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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공군교육사 입대와 재대

변희룡 2014.09.06 조회 1186

늦둥이 막내가 공군 교육사에 입대하는 날이었다. 입대식에 참여하여 가족석에서 관람하다가 화가 치밀더라. 관람석 스탠드가 초등학생용이더라. 이렇게 할려면 하지 마라. 다시 하려면 다 걷어내고 해야지. 이건 콩나무 시루보다 더 좁게 만들어 놓고, 무슨 행사를 한다는 말이냐. 야구장 축구장에 한번 가본 적도 없는 자가 만든 스탠드더라. 공군 총장님 확인하세요.

 

더욱 화나는 일은 그 다음, 입대식의 진행이다. 단상에 앉은 항공병학교장은 폼을 잡고 뭔가 얘기하는데, 가족석에는 한 마디도 안 들린다. 가족들이야 떠드니 시끄러울 밖에., 그렇다고 안들리는 연설을 하고 있는 교장, 그렇게 자리를 꾸며논 통신참모.

 

객석에 앉은 다른 가족왈,

"육군은 소리만으로도 군기가 서 있는 것이 팍팍 보이는데, 공군은 이렇게 스피카 하나도 재대로 못달아..."

스피커는 연설하는 교장에게만 잘 들리도록 설치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가족석에서는 아무 소리 못 들어니 자기들 끼리 잡담고 욕을 하고 있더라.

 

아무도 없는 빈 연변장에서

"아, 아,  마이크 테스팅.." 하면 안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석에 인원이 차면 잡음 나오는 것은 고려해야지. 교육사령관에게 전해 달라고 후배 장군들에게 말해 주었는데 이제 고쳤는지 모르겠다.

 

교육사 연병장에서 행사 한두번 한 것이 아닐 텐데.. 단 한사람도 그 사실을 눈여겨 보지 않은 모양이지., 이러고도 기술공군..

"스피커 설치 하나 재대로 못하는 기술로 비행기 날린다고....." 이것도 내 뒤에 앉은 다른 가족의 중얼거림이다.

"공군은 아직도 일제 때 아껴쓰던 사고방식 그대로인 모양이야, 이 스탠드 만들어 논 것 좀 보세요..' 또 다른 가족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는 두어 달 전에 육군 입소식에 다녀왔다고 했다.

 

막내는 이제 재대하여 복학했다. 내가 공군에 단 한번도 전화해 주지 않은 것을 막내나 나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전화하고 싶었다. 남들 처럼 좋은 자리, 편한 자리로 빼 달라는 전화가 아니라, 가장 고생스런 자리로 배치해 달라고 전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청탁이란 생각에 안하고 말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막내는 배치받은 후에 남들이 좋아하는 편한 자리로 저절로 차출이 되더라. 어버지에게 알리면 아버지가 더 고생스런 자리로 뺄 줄을 알고도 내게 알려 왔다. 저 부대엔 후배들 뿐 아니라 대학의 제자들도 있다. 청탁전화 한번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며칠 후에 다시 막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안 빼 줘서, 자기가 주임상사에게 건의하여 빠졌단다. 여긴 절대로 근무하기 싫다고.. 여기 좋아하는 사람 많으니 그 사람에게 주라고 했단다. 그래서 다시 원대 복귀되었다고 했다. 막내는 내 맘을 귀신같이 알아 주었다. 군에서라도 좀 많은 사람상대하면서 고생도 해 보고 싶어서.. 라고 설명하더라.

 

그 후에도 자식 입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질문과 부탁을 하여 왔다. 그 때 마다 막내 얘기를 한다. "일생 한번가는 군대, 젊어서 고생좀 하게 하세요. 그게 좋잖아요?" 라 하면 대개 그렇습니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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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201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