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도입에 매년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온 군(軍)에, 가장 큰 골칫덩어리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였다. 아무리 첨단무기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1000억원짜리 첨단무기를 사면, 소프트웨어 값이 400억~450억원"이라고 했다.
공군과 아주대가 소프트웨어 기술 부재(不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방디지털융합학과'를 신설한다. 국내 최초의 첨단 무기·장비 소프트웨어 개발 학과다. 내년부터 선발하는 학생들은 전원 공군장학생으로, 4년간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교재 무료 지원은 물론, 졸업과 동시에 공군 장교로 임관된다.
학과 신설을 주도한 아주대 홍성표〈사진〉 특임교수는 "IT(정보기술)는 최첨단이면서 군 무기 소프트웨어는 걸음마 수준인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소프트웨어 없이는 방위산업에도 미래가 없다"고 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시장 개척이 미약했다는 전투기 분야에서도 T-50(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을 수출하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많이 성장했지만 세계적 IT 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는 턱없이 개발이 안 돼왔다"고 했다.
홍 교수는 첨단무기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1991년 걸프전 이후 현대전쟁은 네트워크중심전(戰)으로 완전히 전환됐다"며 "전장에서 수집한 대량의 정보를 실시간 네트워킹으로 전파함으로써 신속·정확·치명성을 발휘해 승리하는 시대"라고 했다. 무기 자체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무기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커졌다는 말이다. 그는 "첨단무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단기적으로는 무기 구입비를 절감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 국산 무기의 대량 수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