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필패
변희룡 2015.10.06 조회 689
경적하다가 패한 역사는 많고도 많다. 이순신의 배 13척을 우습게 본 일본해군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망신을 당했다. 1560년 일본의 오케하지마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2천명으로 2만 오천명의 적군을 단숨에 때려 잡은 뒤 전 일본을 통일 한다.
승리한 쪽에서 보면 기적같은 행운이지만, 패배한 쪽에서 보면 항상, 경적하여 안심하고 있다가 당하는 것이다. 지금 남북한 군사력은 누가봐도 남한이 우세하다. 그러나 그건 핵무기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이고, 전투병력의 정신적 자세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남한의 군인들은 수도없이 북한 동포를 우리가 도와야 통일이 된다는 말을 들어 왔다. 적대시해야 할 적군이 아니라 껴 안아야 할 아군이란 뜻을 암암리에 심어준 것이다. 적에 대한 경계심은 그들에 대한 적개심이 강할 때 가장 강하게 일어나는 법인데, 그 적개심을 아예 작살을 내어 놓고는 목숨을 걸고 싸워 이기라고 한다. 목숨다 걸고 체력도 정신력도 올인하여 싸워도 지는 수가 있는 법인데, 이건 싸워 이겨도 함부로 이기면 안되는 싸움이니, 이런 싸움에서 이길수 있는 자는 없다.
적군에게 식량과 무기까지 대어 주면서, 적군의 후방까지 우리가 보살펴 주면서, 그들과 싸워 이기라 한다. 우리가 이기면 안되는 싸움을 하라는 것이다. 거기 내 목숨을 걸란다. 내가 죽는 것은 죽거나 말거나 관심없고 적은 죽이지 말란다. 내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적의 눈치보기는 심하게 해야 한다면, 그 군대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아군을 위해 목숨걸고 싸울 사람 몇이나 될까?
호랑이가 토끼 한마리 잡을 때도, 전력을 다 해야 잡는 법인데, 핵을 가진 적을, 최대한 보살피면서 싸워 이기라 한다. 전쟁의 신이 와도 이런 싸움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후방에서 지원한 밥을 먹고, 우리 후방에서 공급한 무기로 무장한 적에 의해, 내 전우가 죽어가는 것을 본 우리 군인들이 과연 이 나라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점을 생각지 않다간, 군사구테타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과 이성이 그렇게 마음대로 조절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가는 우리군인들에게, 기계 처럼 감정을 조절하라 한다.
주적에 대한 적개심을 상실한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주적이 분명한데도 주적으로 지적해 주지도 않고, 그걸 흐리게 하고 있다. 철이 없어도 이만 저만 없는 것이 아닌 군대 통솔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전쟁에서 이기라고? 이기고 나면 오히려 처벌받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군인이 나가 싸울 수 있겠는가? 싸워서 이길수 있겠는가? 싸우라 하면 도망치는 것이 묘수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것인가!
북을 원조하자. 대화 하자 이산가족 상봉하자 등등 말하는 위정자들은 들으시오. 그러다가 우리 군인들 정신 무장 다 해재됩니다. 그 무장해재는 군인들이 책임지라고? 당신들은 꽃놀이나 하고 구경이나 하겠다는 말이유.? 책임진다고 될 일이면, 이렇게 걱정 하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