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불사보다 부전이승으로
변희룡 2018.01.21 조회 1117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이 일이 일전불사의 용맹함만으로 해결될 일인가! 현 정권의 수많은 실정, 폭정에도 불구하고 대북 자세만은 잘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전이승이 선지선자야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손자병법)..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이 말을 다시 돌려 보면, 일전불사의 용기는 부전이승의 가능성이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 수단이다. 더구나 현 국제 정세는 모든 것이 북한을 졸라 매고 있는 상황이니, 한국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즉 시간은 우리편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시간이 가기만 하면 북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으로 갈 것으로 상상해 본다. 가장 가능성이 많은 추측이다. 북을 달래어 포 한방이라도 서로 쏘지 않고 상황이 종료된다면 그것이 이기는 것이다. 북은 이미 붕괴의 단계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자꾸 바람을 넣지만 전쟁만은 피한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은 지극히 한국을 위한 것이다. 이점 이명박도 그랬다. 북의 포격을 받자마자 '확전금지'라고 지시한 이명박은 이 원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니발의 공격에 로마가 바람앞에 등불처럼 흔들릴 때, 싸우려 으르릉 대는 로마군대를 무조건 기다리게 하여 결국은 최후의 승리를 차지한 스키피오가 그 예이다. 유비의 공격을 받고 싸우러 나가려 으르릉대는 오나라 군대를 끝까지 기다리게 하여 결국 더위를 이용한 최후의 공격으로 오나라를 지킨 육손의 지혜가 바로 이것이다. 이 이릉 전투는 삼국지의 3대 전투 중 하나이다.
지금은 일전불사의 용맹함보다 부전이승의 현명함을 추구할 때이다. 안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갑남을녀의 분별없는 여론에 휘말리지 말고 끝까지 초지 일관하여 전략적 승리를 쟁취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