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장과 이성계 그리고 시진핑과 문재인
변희룡 2018.12.21 조회 8813
대통령 중국 방문하여, 10끼 중 8끼 혼밥 드시고, 수행 기자는 폭행 당하는 외교 참사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예가 600년 전에도 있었는데, 어느 신문, 방송에서도 조명하지 않으니, 이상합니다. 외교, 역사 전문가들이 모두 바보라서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조선 건국후이니 중국은 원나라가 고비사막 북쪽으로 쫓겨간 다음이었습니다. 명나라의 주원장에게 이성계의 등극을 인정해 달라는 사신을 보냅니다. 주원장은 조선서 온 사신을 말로표현하기 어려운 박대를 하면서 내정 간섭을 시작하는데, 이는 주원장의 스승인 주승이 작심하고 개발한 정략이었습니다. 이른바 완칭왕(緩稱王)정략. 조선 등 주변국왕들을 최대한 천천히 인정해 주는 정략이었습니다. 인정해 주는 것을 미끼로 길들이기를 하는 것입니다. 만만디가 아니라 만만디를 가장하는 천천히. 가장 무서운 전략입니다.
조선에 대해서는 사신을 간첩으로 몰아 죽이고, 조정내부 협의 사항을 간첩을 통해 다 보고 받고는 발언자를 압송하라 지시합니다. 조정에서 명을 칭하는 용어가 나빳다 하여, 윤규, 공부, 윤수 등 3명을 명으로 압송하라 지시합니다. 조선의 군사력을 없에기 위해, 군마 1만필과 전투력으로 변할 수 있는 인력을 상납하라 지시합니다.
당시 명나라는 북원(몽골)과의 전투에 국력을 소비한 나머지 조선과 전쟁하여 이긴다는 보장도 없을 때이고, 북원과 합세하면 요동반도 정도는 조선이 쉽게 뺏을 수도 있는 환경이었기에 태조의 결단은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명나라는 명나라대로, 조선과의 전쟁은 피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였는데, 조선은 이 호기를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완칭왕 정략, 즉 부전이굴(싸우지 않고 굴복 시키기) 정략에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주승의 외교술에 대하여 정도전의 외교술이 완전 패배한 것입니다. 정도전은 명나라의 약점을 이해하지 못한 체 단 한건의 거래도 성사 시키지 못하고, 그들은 완칭왕, 즉 천천히 정략에 당하고 만 것입니다. 결코 만만디가 아니라 만만디인 척하는 천천히 정략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 태조가 주원장에게 당한 수모를 또 다시 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조급하면 당하고 맙니다. 조급하게 실적을 바라고 중국 방문하여 전례없는 외교 참사를 당하고 왔습니다. 김정은에게도 조급하게 실적에 필요한 요구를 하니 완전히 코가 뀌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돌격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아주 조금 아는 백면서생의 눈에도 보이는 이 사실을 정부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지휘계통의 소통 부재 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종북 사상의 골수분자여서 북쪽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일가요?
"바쁠거 없다." 라고 지긋이 기다리는 트럼프는 처음부터 저 천천히 숫법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정부와 너무 대조적입니다. 우린 5천년동안 중국에 시달릴대로 시달리며 살아왔는데, 알면 우리가 더 중국을 잘 알면서, 왜 외교정책은 이리 갔을까요? 통탄할 지경입니다. 지금이라도 천천히 수법을 이해하고 조급증을 풀어야 합니다.
12월 말경이면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볼수 있이리라던 한국경제, 당장 올해 안으로 김정은 답방을 학수고대 해야 하는 정권. 제발 조급증 푸셔야 합니다. 2년뒤 3년뒤의 성과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