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외교 꼼수
변희룡 2019.03.02 조회 9728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 큰 성과를 기대한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트럼프의 꼼수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한이 영변 말고 다른 곳에 핵시설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이 문제가 의제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큰 기대를 한다."고 누가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발표를 하겠는가? 이런 발표를 하면 적이 더욱 쎄게 나와 회담이 어렵게 된다는 것은, 외교가라면 거의 다 안다. 그런데도 이런 발표를 했을 때는 이유가 있다. 실수가 아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은 자기들의 사기숫법이 통할 것이란 착각을 하고 큰 기대를 걸었다. 영변 시설외에 다른 지역에 핵시설은 감춰 둔 채로 일괄타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누가 봐도 무모한 시도인데 욕심이 앞서니 무모함을 모른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하는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으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도 그걸 관철 시킬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핵은 감추고 제재는 풀어내는 성과를 이루어, 자기의 위대함을 더욱 뽐내려고 대대적으로 선전까지 하고 나왔다. 전에는 북미회담을 하기도 전에 내부에서 공개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선전까지 하고 나온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그런데 이런 선전이야 말로 트럼프가 노리는 목적이란 사실을 김정은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선전은 자유 세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폐쇄사회 속에서만 사는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창구가 된다. 비록 아주 작은 구멍이지만 댐의 한쪽에서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구멍은 점차 커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커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결국은 내부 붕괴로 이어지리라. 트럼프의 본래 목적은 북한을 내부 붕괴하게 하는 것이다. 군사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가만 두면 저절로 무너질 정권을 향해 뭣하러 군사력을 사용할까. 군사력을 사용하면 자국민 하나라도 손상할 염려가 있는데. - 트럼프는 다음 재임 선거 이전에, 그러니까 앞으로 2년 내에 북한은 무너진다고 예측 했을 것이다. 북한을 내부붕괴로 제압하고 나면 모든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재선될 것이다. 지금 비록 죽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최후의 승리를 꿈꾸고 있고 반드시 그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여기 맞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의 대북 유화자세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김정은의 도발의지를 말살시키면서 무사히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북이 내부에서 붕괴할 것이란 점에서 타당성이 있다. 붕괴 직전의 코너에 몰려 갑자기 무모한 도발을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재인은 그 일 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맞대고 싸우는 것보다 훨씬 피해가 적은 전략이다. 뒤에 이런 꿍꿍이가 있으니 김정은에게 간도 빼어주고 쓸개도 빼어 줘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휴전선 다 열어주어도 된다. 어차피 전면 전쟁을 해도 김정은은 한국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방침과 대책을 가지고 북에 퍼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경제정책, 과학정책, 산업정책 해 나가는 거 보면, 허둥지둥하다말 것 같다. 지금 일부 재대로 돌아가는 것도 전부 천우신조로 밖에 안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