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날개 단 韓스텔스기
이문호 2019.04.03 조회 9752
< 동아일보 오피니언 게재 >
우여곡절 끝에 날개 단 韓스텔스기
이문호 예비역 공군준장
올해는 대한민국 공군 창군 7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군의 숙원사업이었던 F-35A 스텔스 전투기도 우여곡절 끝에 조국의 영공을 날게 됐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인수한 F-35A 중 두 대가 지난달 29일 한국에 도착했고 전력화 과정을 거쳐 4, 5월쯤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올해 총 10여 대가, 2021년까지 40대가 모두 전력화될 예정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는 향후 40년 이상 통일을 준비하고 불특정 위협과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할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는 우리 군의 전략 및 작전개념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5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적의 전쟁지휘부, 핵시설, 탄도미사일 등 전략목표를 성공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고 적 전투기를 먼저 보고 격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변 강대국은 스텔스 전투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 강국 부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F-35A 42대를 이미 도입했고, 추가로 105대(F-35A 63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5세대 전투기이자 첫 스텔스 전투기인 J-20을 산둥반도에 실전 배치했다.
우리는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함으로써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될 때 미국 공군의 스텔스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독도, 이어도 등 국지적 충돌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지역에서 주변 강대국을 방어할 능력을 구비하게 됐다. 이같이 안보의 핵심을 담당하게 된 차기 전투기 사업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은 가격경쟁과 절충교역을 위해 공군에 작전요구 성능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5세대 전투기인 F-35A 스텔스기가 4세대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F-15SE와 경쟁구도를 이뤘다. 방사청은 1970년 중반에 개발한 구형 전투기를 기본모델로 개조계획만 있었고 생산된 적이 없는 설계상의 항공기 F-15SE를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2013년 8월 19일 종합평가를 하기도 전에 최종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를 사용할 공군이나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값이 싸다”는 방사청과 기획재정부의 경제 논리만 있었다. 전투기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민간인이 고가의 첨단무기체계를 선정하는 꼴이 됐다. 정부는 군 원로들과 군사 전문가의 문제 제기 이후 스텔스기 성능을 충족한 F-35A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수량은 60대에서 40대로 축소해 선정했다. F-15SE가 선정됐다면 전력화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엄중한 한반도 전략 환경에 대처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후에도 무기체계를 선정할 때는 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국방부가 F-35A 스텔스 전력을 적극 홍보하고 대내외에 과시하길 기대한다.